간부 중심으로 인력 운용 전환
병 복무 거쳐 부사관 진급해야
첨단 무기 숙련에 긴 시간 필요
모집방식·경력설계 선결 과제
인구 감소 위기가 국방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 지금의 병 30만 명을 유지하려면 해마다 20만 명이 입대해야 한다. 그러나 2023년 출생아는 23만 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입대할 2040년대 실제 징집 가능한 자원은 10만 명 남짓으로 필요 인원의 절반이다. 병역자원 감소는 정책으로 되돌릴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군사력 설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할 구조적 상수다. ‘선택적 모병제’가 논의되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선택적 모병제는 모병제가 아니다. 국민개병제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토대 위에서 병역 이행 경로를 분화하는 것이다. 18개월 징집병으로 복무를 마칠 것인가, 아니면 병 복무를 거쳐 기술집약형 부사관으로 나아가 전문성을 쌓을 것인가. 그 선택권을 청년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갖는 의미는 3가지다. 첫째, 인력 정예화의 계기다. 인구 감소 시대 국방인력 운용의 기본 방향은 병 중심에서 간부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다. 현재 우리 군은 병 30만 명에 간부 20만 명, 6대 4의 구조다. 이 비율을 역전시켜 간부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징집병 감소가 초래할 전투력 약화를 상쇄할 수 있다. 선택적 모병제는 병에서 간부로 이어지는 통로를 제도화함으로써 이 전환의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다.
둘째, 부사관 정예화의 가능성이다. 현재 부사관은 병을 거치지 않고 별도의 임관 과정을 통해 선발된다. 그 결과 병사보다 나이가 어리고, 군 경험도 적은 부사관이 많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미군의 부사관(NCO)처럼 병에서 하사로 진급하는 경로가 근간이 돼야 한다. 병 복무로 검증된 인력이 부사관이 될 때 경험 많고 믿음직하며 지휘 역량을 갖춘 부사관이 만들어진다. 선택적 모병제는 바로 이 경로를 여는 제도다.
셋째, 기술집약형 군대의 요구다. 군사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유례없이 빠르고, 전쟁 양상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사이버,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승패를 가르는 전장에서 숙련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육군 기준 18개월 복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첨단 무기는 숙련된 간부가 운용해야 한다. 결국 무기보다 사람이다.
문제는 모집이다. 지금도 어렵다. 지난해 육군에서 전역한 부사관은 3170명인데, 신규 임관은 1280명에 그쳤다. 과거의 유급지원병과 임기제부사관은 성공하지 못한 제도로 평가된다. 이를 반복해선 안 된다. 급여, 수당, 복지, 처우는 물론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긍심과 보람, 역할과 정체성이다. 청년들이 군을 외면하는 핵심 원인은 보상 수준이 아니라 군 직업의 매력 저하와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에 있다. 그래서 모집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작정 인원을 채우는 모집이 아니라 근무지역과 직무, 자격조건, 급여와 주거를 포함한 일체의 혜택을 정교하게 설계해 공모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예컨대 강원도 지역 청년이 연고지 인근 부대에서 드론 운용 부사관으로 복무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과 특기, 조건이 투명하게 제시될 때 군은 비로소 청년에게 선택 가능한 직장이 된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력의 설계다. 두 갈래 모두 열려 있어야 한다. 하나는 장기복무 전문 직업군인의 길이다. 기술집약형 부사관으로 들어오면 계약기간 이후 장기복무가 보장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약기간을 마치고 전역하는 경우 군에서 배운 기술이 사회 경력으로 연결돼야 한다. 군 입직 이전의 교육부터 복무 중 기술 축적, 전역 후 취업까지 하나의 경로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적 모병제, 제도 신설만으로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정교한 설계와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과거의 잘못을 넘어설 수 있다. 유급지원병의 실패를 답습할 것인가, 인력 정예화의 전환점을 만들 것인가. 그 갈림길에 지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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