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반복되는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빠른 지름길’을 안내했음에도 수많은 차량이 동시에 그 경로로 몰려 오히려 기존 도로보다 더 심각한 교통정체가 발생하는 사례다. 모든 운전자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고 최적 경로를 선택했지만, 결과는 역설적으로 최악의 교통상황이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교통 문제를 넘어 정보가 보편화된 시대의 구조적 역설을 보여 준다. 모두가 같은 데이터를 보고 동일한 판단을 내리는 순간 정보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라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들어 내는 요소가 된다.
현재 전 세계의 군에선 인공지능(AI)을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도구로 개발 중이다. 여기에는 중대한 함정이 존재한다. 만약 아군과 적군, 혹은 아군 내부의 여러 부대가 동일한 상용 AI 모델과 유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전 판단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체계가 같은 알고리즘으로 동일한 최적해를 계산한다면 전술적 선택은 점차 정형화된 패턴으로 수렴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전장의 판단은 점점 더 예측 가능하게 변하고, AI의 답은 더 이상 전술적 우위가 아니라 평범한 선택지에 불과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등장하는 ‘정보 우위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AI 시대의 군사적 경쟁력은 단순히 ‘AI를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학습시켰는가’에 의해 결정되며 2가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데이터 품질평가체계의 구축이다. AI 성능은 모델 자체보다 데이터 질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는 데이터의 양적 확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군사 AI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양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신뢰성, 최신성, 작전성, 상황 다양성, 유사·중복성 등을 고려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AI의 왜곡된 판단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독점적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학습이다. 앞서 언급된 교통정체 사례가 보여 주듯이 남들이 갖지 못한 데이터는 전략적 우위를 만든다. 우리 군의 실제 작전환경, 훈련 경험 등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AI 시대의 매우 중요한 전략자산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정제할 때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적이 예측하지 못하는 선택을 제안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쟁의 역사는 언제나 정보 우위를 가진 쪽이 승리해 왔다. AI가 보편화하는 미래 전장에서는 역설적으로 ‘보편적이지 않은 데이터’가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미래 전장에서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그 AI가 무엇을 배우고 봤는가에 달려 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