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트럼프 2기 미국의 서반구 우선주의 구현 동향 ②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범죄조직들과 연계 판단
석유 수입 =자금원 지목…통제 착수
지난해 마약 운반선 지목 선박 격침
올해 수도 급습 마두로 체포·압송
美 대리 통치…원유 통제 방안 발표
중·러, 중남미서 전략적 거점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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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베네수엘라는 1835년 6월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19세기 말 영국과 베네수엘라의 서반구 내 영토분쟁이 발생하자 미국이 중재를 요구하면서 영국을 견제했다. 이는 미국이 먼로주의(Monroe Doctrine)를 근거로 유럽 열강을 견제하면서 서반구에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는 1902년 독일·영국·이탈리아의 베네수엘라 해상봉쇄 대응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은 역사적 선례를 ‘서반구 우선주의’란 국가안보 전략을 통해 재현했다. 서반구 내 우월적 지위를 구축하겠다는 트럼프식 먼로주의를 베네수엘라에 투영했다는 측면에서다. 본토 안보의 논리는 이를 정당화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기반으로 성장한 TdA(Tren de Aragua)와 같은 초국가 범죄조직이 서반구 각국 정부에 침투하는 동시에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동을 사주하면서 미국과 서반구의 안정에 위협을 준다고 판단했다. TdA를 외국테러조직(FTO)으로 규정한 이유다. 미국은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TdA의 행위를 미국에 대한 침공(invasion)으로 규정한 뒤 14세 이상 베네수엘라 국적 TdA 조직원의 체포·구금·추방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의 본토 안보 논리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대응으로 이어졌다. 마두로 정권이 베네수엘라 기반 범죄조직과 긴밀하게 연계됐다는 위협 인식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태양의 카르텔(Cartel de los Soles)’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을 수장으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는 마두로와 정권 고위 인사들이 이 범죄조직에 관여하면서 TdA와 시날로아(Sinaloa) 카르텔을 지원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베네수엘라 군·정보기관·입법부·사법부 일부가 마약 밀매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제반 평가에 따라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국가·범죄 복합체로 규정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비군사적 측면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을 마두로 정권의 자금원으로 지목하면서 석유 생산·수출 통제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의 민주적 정당성 결여와 미국의 이민자 추방정책에 대한 마두로 정권의 비협조를 명분으로 셰브런의 베네수엘라 석유 채굴과 대미 수출 특별 라이선스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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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압박도 본격화됐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사용 지시에 따라 항모전단을 비롯한 대규모 해군력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동시에 베네수엘라 인접 푸에르토리코에는 F-35 전투기를 배치하면서 압박을 병행했다. 미 남부사령부는 2025년 9월 시작한 ‘남부의 창 작전(Operation Southern Spear)’을 통해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일대에서 치명적 해상타격을 수행하면서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으로 지목된 선박을 격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영상과 함께 자신의 명령에 따라 미군이 미국으로 향하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에 ‘물리적 타격(kinetic strike)’을 가해 11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정초 미국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마두로 축출 작전은 서반구 우선주의를 군사적 차원에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급습해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을 체포해 미 본토로 압송했다. 그 결과 2020년 당시 마약 테러 혐의로 미국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마두로는 뉴욕의 남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재판받게 됐다.
제반 논란과 별개로 마두로 축출 작전은 미군 역사상 가장 강력하며 효과적인 성공적 사례의 하나로 평가된다. 육·해·공군·해병대와 우주군 등 합동군 전력, 정보기관, 법 집행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현시했다는 측면에서다. 작전 직후의 기자회견에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합동전력의 최고 수준의 정밀성과 통합성을 바탕으로 전술적 기습 요소를 극대화했다고 평가하면서 오직 미군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작전이라고 반복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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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비대칭전(asymmetric warfare)의 관점에서 마두로 축출 작전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첫째, ‘정보 기반(intelligence foundation)’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보국(CIA)의 현지 비밀작전을 통한 표적화 활동과 스텔스 무인기 플랫폼 운용을 통한 정보·감시·정찰(ISR) 활동 등이 작전의 사전 성공 요소로 지목됐다. 둘째, 20개가 넘는 지역에서 출격한 150대 이상의 항공기 운용을 통해 참수(decapitation)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작전 전력을 보호한 포괄적 ‘적 방공망 제압(SEAD)’ 작전이었다는 점이 강조됐다. 마지막으로 교리적 측면에서는 사전 정보활동과 플랫폼 통합의 중요성, 작전을 정당화하는 법적 토대 마련, 작전 탬포의 압축을 위한 반복 훈련과 실전 경험 축적의 필요성 등이 강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전환’이 달성될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히면서 마두로의 권한 대행으로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협력 상대로 지목했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유력 야당 지도자가 차기 지도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평가절하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통한 민주주의적 체제 전환보다는 정권 관리를 통한 안정성 유지에 주력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은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원유 통제 방안을 발표했다. 차베스 시기의 석유산업 국유화 조치에 따라 철수한 미국 기업을 진출시켜 기반시설을 복구하고 원유 생산을 증대한다는 내용이다. 일차적인 목적은 마두로 축출에 따른 베네수엘라의 과도통치와 국가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동시에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중질유 처리에 특화된 미국 정유 기업을 진출시켜 글로벌 에너지 패권 구축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서반구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인 베네수엘라에서의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관점에서 마두로 축출은 중남미 내 반미 거점 국가 상실이라는 전략적 상징성과 함께 석유·채권 교환 구조 교란 및 군사·우주·통신 분야 접근권의 불확실성이 초래될 것임을 시사한다. 베네수엘라와 긴밀한 군사협력을 유지해 온 러시아에도 충격을 가했다. 특히 역내 군사력 전개 능력의 축소, 자국 무인체계의 노출 가능성 증대, 에너지·금융 사업 분야 손실 초래 등 제반 위험요인이 커졌다.
이러한 제반 파급효과는 미국의 마두로 축출이 비서반구 경쟁국을 상대로 압도적 우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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