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전우를 믿다

입력 2026. 07. 09   15:24
업데이트 2026. 07. 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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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병장 
해군1함대 정긍모함


최근 진행된 정신전력 집체교육에 참여했다. 단순한 의무교육이라는 생각으로 임했지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군인으로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슴 깊이 되새기게 됐다.

첫날 오후 군인 정신교육 강단에는 전 천안함 함장 최원일 강사님이 서 계셨다. 강사님은 2010년 3월 서해에서 벌어진 천안함 피격사건을 겪은 분이었다. 교육은 그날의 진실을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풀어 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강사님은 사건 경위뿐만 아니라 이후 일부에서 제기된 음모론도 하나하나 짚어 주셨다. 사건의 진실을 흐리려는 시도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그것이 희생된 46인의 전우와 유가족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이야기하실 때 강의실 안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찼다.

46인의 전우를 잃은 천안함 피격사건의 경위, 그 진실을 끊임없이 흔들려 했던 음모론보다 더 깊게 남은 것은 군인들과 국민이 군복에 담긴 사명·책임의 무게감을 알아 줬으면 한다는 강사님이 마지막에 하신 한마디였다. 그 말은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이 군복을 과연 제대로 입고 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저녁에는 팀크레이션과 지휘관 주관 단합시간이 이어졌다. 평소라면 좀처럼 함께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책의 전우와 한 팀이 돼 부딪히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아 있었다. 단합력이란 구호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이처럼 서로를 직접 겪어 내는 과정에서 쌓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대적관 토크콘서트에는 김민규 북한전문가와 박하늘 강사님이 나섰다. 두 분의 이야기는 명쾌했다. 북한을 만만한 상대로 여기는 시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강사님들이 강조한 것은 수세적 대응이 아닌 선제적 차단이었다.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 해야 할 것들을 분명히 알고 준비하는 게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대비태세라는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우리는 대적관과 관련한 명확한 교육이 필요하다. 대적관이란 막연한 적개심이 아니라 적의 실체를 꿰뚫고 언제든 맞설 준비를 갖추는 자세다. 병역의 의무를 떠나 우리 국민 모두 이를 몸과 마음에 심어야 한다.

부대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교육받았던 이틀의 시간을 조용히 되짚었다. 천안함의 진실이 남긴 무게, 전우들과 나눈 온기, 적을 직시하는 눈. 이 3가지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다. “지금 제대로 된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는가?”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을 놓을 이유가 될 순 없다. 군복을 벗는 그날까지 이 옷이 가진 무게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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