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우 위한 작은 기부…마음으로 지키는 또 다른 방법

입력 2026. 07. 09   15:22
업데이트 2026. 07. 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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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수 대위 
육군포병학교


군 생활 6년 차 여군 대위로서의 시간은 ‘지킨다’는 말의 의미를 점점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줬다.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는 다소 추상적인 표현은 훈련과 임무를 거치며 동료와 부대, 각자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다하는 일상 속에서 현실적인 무게로 다가온다. 때로는 그 의미가 너무 익숙해져 무뎌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금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머리카락 기부에 동참하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실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이어진 그 마음은 스스로에게도 조용한 울림으로 남았다. 그 울림은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또렷한 방향을 제시해 줬다.

군인은 임무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그 임무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지키는 데 있다. 국경을 수호하는 일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돌아보는 일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병과 싸우는 작고 어린 아이들을 떠올리며 ‘지킨다’는 말의 범위가 단지 눈에 보이는 경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하루를 버텨 내고 있다. 우리가 훈련에서 배우는 인내와 끈기를 그들은 일상에서 묵묵히 실천한다. 어른인 우리가 때로는 버거워하는 시간을 아이들은 말없이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에 더 가까웠다. 작은 응원이 모여 누군가의 하루를 덜 외롭고, 덜 힘들게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번 경험은 거창한 사건이라기보다 익숙한 가치가 넓어진 순간이었다. 그 확장은 앞으로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 생활에서 배운 것은 작은 역할 하나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채워지는 수많은 노력이 결국 하나의 결과를 완성하듯이 작은 마음 하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이러한 작은 실천이 반복될 때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공동체의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누군가의 선의가 또 다른 선택을 이끌어 내고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는 좀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오늘도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 그 ‘지켜야 할 것’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시간을 버텨 내고 있는 아이들의 내일 또한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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