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첫 판단

입력 2026. 07. 09   15:22
업데이트 2026. 07. 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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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장에서 시작된다
리더’s 다이어리

김 준 희 소령
육군보병학교 2교육단


전쟁의 양상은 첨단화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결국 전장을 지키는 것은 현장에서 싸우는 전투원들이다. 그 전투원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휘하는 존재가 바로 소대장이다. 소대장은 소대를 지휘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창끝’ 지휘자다. 전투의 승패는 종종 이 작은 부대의 판단과 행동에서 갈린다.

교육현장에서 미래의 소대장들을 교육하고 있다. 전술과 교리를 설명하고, 전투 사례를 분석하며, 현장에서 필요한 판단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교육을 하다 보면 그 과정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교육생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전술을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에 교육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과정임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좋은 교육이란 지식을 많이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판단의 근거를 심어 주는 데 있다.

전쟁은 항상 불확실성 속에서 이뤄진다. 교리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난다. 그 순간 전장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현장에서 내려지는 한 번의 결단이다. 그 결단은 대부분 가장 앞에 서 있는 지휘자, 바로 소대장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대장에게 전술뿐만 아니라 판단력과 책임감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현대 전장은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판단을 요구하는 속도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대장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를 넘어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장 지휘자’로서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또한 우리는 소대장이 실패를 통해 배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실전과 같은 압박 속에서의 경험과 반복된 판단의 축적은 반드시 이론교육과 더불어 이뤄져야 한다. 전장을 지배하는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려는 의지와 책임감이다.

창끝에 선 소대장이 흔들리지 않을 때 분대와 소대가 흔들리지 않고, 소대가 굳건할 때 부대가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소대장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소대장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그들을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다시 군인으로 단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강한 군대는 치밀한 계획보다 창끝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단할 줄 아는 소대장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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