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대 내 한 병사가 어지럼증과 두통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 최초 진료 결과는 이석증이었고 2주 분량의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귀했다.
당시만 해도 본인을 비롯한 부모님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진통제를 다 먹어 가는 중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저녁점호 건강상태 확인시간마다 그 병사는 여전히 두통이 지속된다고 보고했다. 중대장으로서 단순한 피로감이나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넘기기엔 걱정이 됐다.
2주가 지난 뒤 병원 재진을 권유했지만 병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대 전부터 자주 두통이 있어 괜찮습니다”라는 말로 부담을 덜어 내려 했다. 그의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차마 그대로 넘길 수 없었다.
결국 여러 차례 설득 끝에 다시 병원으로 향했고 전정기능 검사가 진행됐다. 검사 결과상 큰 이상은 없어 보였지만, 의사는 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권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믿기 어려운 결과를 듣게 됐다. 소뇌 부위에 약 3㎝ 크기의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처음 어머니와 통화했을 때 “별일 아닐 겁니다”라고 애써 담담하게 말씀하시던 목소리와 함께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군 생활 중 두통과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작은 이상신호 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경고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다행히 우리 대대장님은 평소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강조하셨다. 본질과 배려, 소통과 존중의 가치를 늘 이야기하셨던 분이었다. 대대장님은 해당 병사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위로휴가와 청원휴가를 세심하게 챙겨 주셨고 필요한 행정절차 하나하나까지 관심을 가져 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지휘란 단순히 지시를 내리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 힘들다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아픔까지 살피는 것. 어쩌면 그것이 군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일지도 모른다. 이후 신체등급 재판정과 요양 심의,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를 거쳐 해당 병사는 4월 중순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날 병원으로 향했던 길은 단순한 진료를 위한 이동이 아니었다. 한 명의 병사를 끝까지 책임지려 했던 마음이었고, 누군가의 내일을 지켜 주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우리는 흔히 강한 군대를 얘기한다. 진정 강한 군대는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작은 이상신호 하나도 지나치지 않는 관심, 전우를 끝까지 보호하려는 사랑이 누군가의 삶을 지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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