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전사’를 향한 노병의 고투

입력 2026. 07. 07   15:40
업데이트 2026. 07. 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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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찬 상사 육군22보병사단 전차대대
곽재찬 상사 육군22보병사단 전차대대



식탁에 놓인 약봉지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서글픔이 밀려왔다. 24년간의 군 생활은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값진 경험을 안겨 줬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대가는 고스란히 몸에 남아 있었다. 어느새 늘어난 뱃살과 원인 모를 신경통으로 세월의 흐름 앞에 무력감을 느끼던 순간,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군단 산악전사에 도전해 보자.”

육군본부 최정예 전투원 선발은 군단 산악전사를 통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마흔을 넘긴 몸으로 이 험준한 무대에 도전장을 내미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뛰어야만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 솔선수범의 자세였다. 초급간부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서 선배 간부로서 “몸이 아파, 여건이 안 돼”라는 말 뒤에 숨고 싶지 않았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준비된 간부’의 모습을 후배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둘째, 건강에 대한 정면 돌파였다. 매년 신체검사 결과는 냉혹했다. 과체중, 고혈압, 디스크 판정을 받으면서 현재의 몸상태로는 통증으로 인해 체력단련조차 버거웠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신체적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간부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날 이후 새벽 5시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하루가 시작됐다. 스트레칭으로 굳어 버린 관절을 깨우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기초체력을 다졌다. 헬스장에선 러닝머신과 웨이트 기구를 붙잡고 부족한 근력을 키워 나갔다. 낮에는 일일 체력단련 시간을 온전히 활용해 연병장을 달리고 팔굽혀펴기를 반복했다. 땀방울이 비 오듯이 쏟아질 때마다 허리통증이 어김없이 괴롭혔지만, 산악전사라는 목표 앞에서 그 통증은 오히려 나아가야 할 이유가 됐다.

드디어 산악전사 평가의 날이 찾아왔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모두 쏟아 냈지만, 아쉽게도 기초체력 측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좌절은 없었다. 이번 도전은 단순히 자격 하나를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태해진 자신과의 결별이자 군인으로서 초심과 본질을 되찾는 치열한 투쟁이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이번 도전은 앞으로의 군 생활을 더욱 열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 줬다. 통증과 나이를 핑계로 멈춰 서 있기보다 다시 한번 도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승리였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잊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계란 스스로 만든 높은 벽일 뿐이며, 그 벽은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로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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