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정상 간 소통의 결과…차분한 후속 대응 필요

입력 2026. 07. 07   15:56
업데이트 2026. 07. 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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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55. 中 서해 구조물 일부 이동, 관계 회복 신호탄이자 신중 관리 출발점

한·중 잠정조치수역서 1개는 이동
환경 변화 속 “의미 있는 진전”에도
中 ‘서해 인식’ 기존 입장 변화 없어
관계 복원하며 해양주권 원칙 고수
분쟁해역 필리핀 등 사례 참고해야

지난 1월 서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 3개 중 1개를 PMZ 밖으로 이동 조치한 것이다. 반고정식 구조물인 이 시설은 장기간 운용될 경우 어업·양식 목적을 넘어 인력 거주, 해양 감시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우리 정부는 이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최근 두 차례의 한·중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관계 복원 분위기가 해양 현안 관리에도 일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리=윤병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 3개 중 1개를 PMZ 밖으로 이동 조치한 것은 최근 두 차례 한·중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관계 복원 분위기가 해양 현안 관리에도 일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 3개 중 1개를 PMZ 밖으로 이동 조치한 것은 최근 두 차례 한·중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관계 복원 분위기가 해양 현안 관리에도 일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조치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동시에 이는 곧바로 중국의 서해 인식이나 해양 전략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졌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 중국 외교부는 관리시설 이동과 관련해 “기업의 자체적인 경영·발전 필요에 따른 자율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해와 남중국해 어업·양식시설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는 중국이 갈등을 일정 수준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국의 법적·정책적 입장은 유지함을 시사한다.


남중국해가 보여 준 강압과 유연성의 병행

이번 사안을 이해하는 데 남중국해 사례는 중요한 참고가 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해군의 직접적 투입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해경, 해상민병대, 국영기업의 석유 탐사 플랫폼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분쟁해역의 실효적 지배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는 대규모 군사충돌을 피하면서도 현장 상황을 조금씩 바꾸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의 성격을 지닌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회색지대 수단을 활용한 ‘해양 강압외교’ 전략을 언제나 같은 강도로 밀어붙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상대국의 대응의지, 미국 등 외부 행위자의 관여 가능성, 당시의 외교적 비용을 고려해 압박 강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해 왔다.

2012년 스카버러 암초 점령사건은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 당시 중국은 해경함과 해상민병대로 평가되는 민간선박을 활용해 필리핀과 장기간 대치했다. 필리핀은 분쟁 초기 중국 선박의 움직임을 적극 감시·차단하는 데 한계를 보였고, 이후 장기대치 국면에서도 강한 대응의지를 일관되게 보여 주지 못했다. 미국의 개입도 충돌 확산을 막는 수준에 머물면서 중국은 군사충돌을 피한 채 스카버러 암초 주변 해역에서 사실상의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반면 2014년 베트남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중국 석유시추선(HYSY-981) 배치사건에선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중국은 국영기업의 시추선을 앞세워 분쟁해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지만, 베트남은 현장 감시와 차단 활동을 지속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베트남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의 조치가 자국의 주권과 해양 권익을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외교적 압박이 더해지면서 중국은 시추선 유지에 따른 정치·외교적 비용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중국은 시추선을 철수시켰다.

두 사례의 차이는 해양 강압외교의 결과가 중국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상대국의 일관된 대응의지와 외교적 문제 제기, 외부 행위자의 관여가 중국의 계산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서해 관리시설 이동은 한·중 관계 개선이라는 외교환경 속에서 중국이 갈등비용을 낮추고 상황을 관리하려 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지속적 문제 제기와 정상 차원의 소통이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국이 나머지 구조물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완료가 아니라 후속 협의의 출발점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중국이 어업·양식시설이라며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선란 1호.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어업·양식시설이라며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선란 1호. 신화·연합뉴스



관계 복원의 모멘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선, 관계 복원의 모멘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해양 문제는 갈등으로만 접근할 경우 오히려 해결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이번 관리시설 이동은 한·중 간 소통이 실제 현안 관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다. 나머지 구조물 문제 역시 공개적 대립보다 실무협의, 외교채널, 해양협력 논의를 병행하며 단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화와 별개로 현장 감시와 대응 능력은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해양 회색지대 상황은 대체로 낮은 강도의 조치에서 시작된다. 구조물 설치, 조사 활동, 어업·양식시설 확대, 해경선 활동 증가처럼 하나하나는 제한적으로 보이는 움직임도 누적될 경우 해양질서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군은 해경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감시, 정보 공유, 상황 판단, 위기관리 절차를 정교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는 긴장감을 높이려는 조치가 아니라 우발적 충돌을 막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 장치다.

셋째,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해양안보협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는 한·중 관계 개선과 배치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명확한 억제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있을 때 대화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한국은 한·중 관계 복원의 흐름을 살리면서도 국제법과 규범에 기초한 해양질서, 항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관리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균형 있는 외교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협력의 공간과 원칙의 경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다.

넷째, 서해 구조물 문제를 단순한 어업·양식시설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 중국은 해당 시설의 민간·경제적 성격을 강조한다. 그러나 PMZ는 한·중 양국의 해양관할권 주장이 중첩되는 민감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일방적 시설 설치가 반복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현장에선 사실상 권리 행사로 인식될 수 있다. 한국은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기초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외교적 협의와 현장 대응, 법적 검토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대화와 원칙, 두 개의 닻을 함께 내려야

이번 서해 관리시설 이동은 한·중 관계 복원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의미 있는 사례다. 동시에 남중국해의 경험은 우리에게 신중함을 요구한다. 중국의 해양 전략은 상황에 따라 강도를 조절해 왔지만, 현재까지는 해양 권익을 확대하려는 흐름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 그렇기에 한국의 대응은 감정적 대립도, 성급한 낙관도 아닌 차분한 관리여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두 개의 닻’을 동시에 내리는 일이다. 하나는 대화와 협력으로 관계 복원의 흐름을 이어 가는 외교적 닻이다. 다른 하나는 해양주권과 국제법 원칙, 필요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안보적 닻이다. 두 닻이 함께 작동할 때 서해는 갈등의 공간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협력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다. 이번 변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을 안정적인 해양질서 관리로 연결하는 우리의 전략적 인내와 일관성이다.

 

안덕열 해군중령·국방대학교 해군정책연구장교
안덕열 해군중령·국방대학교 해군정책연구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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