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섬유 케이블 통로 드론에 눈 달다

입력 2026. 07. 07   15:51
업데이트 2026. 07. 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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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드론의 보이지 않는 끈 ‘데이터링크’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재밍을 회피하는 최신 드론. 운용자와 기체를 직접 연결해 안정적인 데이터링크를 구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재밍을 회피하는 최신 드론. 운용자와 기체를 직접 연결해 안정적인 데이터링크를 구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드론은 데이터링크 없이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카메라가 본 영상이 운용자에게 닿지 못하면 정찰이 아니라 단순한 비행에 그치고, 조종 명령이 기체에 도달하지 못하면 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드론이 무엇을 보고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는 사람과 기체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바로 데이터링크다. 흔히 드론의 핵심 부품으로 비행제어컴퓨터·짐벌·추진계를 꼽지만 이 모든 부품이 하나의 무기체계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링크라는 신경망이 먼저 있어야 한다.

데이터링크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미 공군이 운용한 라이언(Ryan)사 모델 147 ‘라이트닝버그(Lightning Bug)’는 BQM-34 파이어비(Firebee) 표적기를 정찰용으로 개조한 드론이었다. DC-130 모기(母機)에서 발사된 라이트닝버그는 필름카메라로 북베트남과 중국 남부를 촬영한 뒤 낙하산을 펴고 하강했고, CH-3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갈고리로 낙하산을 낚아채는 ‘공중회수체계’로 회수됐다. 회수율은 96%에 달했지만 정보가 분석실 책상 위에 놓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정찰 가치는 있지만 필름을 회수해 현상하는 정찰은 빠르게 움직이는 전장의 표적을 잡기에 너무 느렸다.

이 한계를 깬 것이 이스라엘이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의 충격을 받은 이스라엘 방위군은 야전 지휘관이 ‘능선 너머’를 들여다볼 수단을 요구했고, 타디란(Tadiran)은 1973년 마스티프(Mastiff)를, IAI는 1978년 스카우트(Scout)를 선보였다. 두 기체의 공통점은 소형 TV 카메라와 데이터링크 송신기를 결합해 실시간 영상을 지상통제소로 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82년 6월 베카(Bekaa) 계곡 작전에서 이스라엘은 스카우트와 마스티프를 시리아 SA-6 진지 상공에 보내 레이다를 자극하는 미끼로 활용했고, 동시에 송출되는 영상을 본 항공기 편대가 항전장비로 표적을 식별해 공격했다. 그 결과 베카계곡의 시리아군 SAM 진지 19곳 가운데 17곳이 짧은 시간 안에 무력화됐다고 알려져 있다. 전투 현장에서 드론이 실시간 영상을 송출해 작전을 좌우한 첫 번째 사례로 평가됐다.

이후 데이터링크는 ‘점 대 점’ 무전기에서 네트워크로 진화했다.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는 위성통신을 이용해 미국 본토에서 중동의 표적을 보며 작전하는 단계로 들어섰고, F-35 같은 유인 플랫폼은 다기능첨단데이터링크(MADL)를 통해 무인 윙맨과 표적·항적 정보를 교환한다. 지상에서는 Link-16 같은 전술 데이터링크가 항공기·함정·지상부대를 한 화면 안에 묶었다. 데이터링크는 단순한 통신선이 아니라 전장의 모든 센서와 화력을 하나의 의사결정 회로로 묶는 신경계로 자리 잡은 것이다.

 

 

DC-130 모기기에서 발사되는 라이언 모델147 ‘라이트닝버그’. 필름 회수형 정찰 드론 시대를 상징한다. 사진=Balloons to Drones
DC-130 모기기에서 발사되는 라이언 모델147 ‘라이트닝버그’. 필름 회수형 정찰 드론 시대를 상징한다. 사진=Balloons to Drones

 

이스라엘 IAI 스카우트 UAV. 소형 TV카메라와 데이터링크 송신기를 결합,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 최초의 전장 활용 사례. 사진=IAI
이스라엘 IAI 스카우트 UAV. 소형 TV카메라와 데이터링크 송신기를 결합,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 최초의 전장 활용 사례. 사진=IAI

 

MQ-1 프레데터. 위성 데이터링크를 통해 미국 본토에서 중동 표적을 조종한 대표적인 UAV. 사진=미 공군
MQ-1 프레데터. 위성 데이터링크를 통해 미국 본토에서 중동 표적을 조종한 대표적인 UAV. 사진=미 공군



그러나 전파를 매개로 한 데이터링크는 본질적으로 방해에 취약하다. 러시아의 크라수카(Krasukha)4, 우크라이나의 부코벨(Bukovel)-AD 같은 전자전 장비는 반경 수십 킬로미터 안의 드론 통제·항법 주파수를 일제히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이에 대응해 군용 데이터링크는 주파수도약, 직접확산, 소프트웨어 정의 무전기, 메시 네트워크(MANET) 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옥토콥터를 공중 중계기로 띄워 일인칭시점(FPV) 드론의 사거리를 50~60㎞까지 확장했고, 일부 부대는 스타링크 단말을 드론에 직접 부착해 저궤도 위성망을 비행 통제 채널로 활용했다. 러시아군 또한 우회 경로로 스타링크 단말을 확보해 BM-35와 샤헤드 계열 자폭드론에 장착, 우크라이나 종심 깊은 후방을 타격해 왔다. 2026년 초에는 스페이스엑스(SpaceX)가 단말 인증을 강화하면서 러시아 측 효용은 크게 줄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방해를 회피하는 또 다른 흐름은 아예 전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광섬유 드론이 그 극단의 해답이다. 2024년 8월 러시아가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한 ‘크냐지 반달 노브고로드스키(Knyaz Vandal Novgorodsky)’가 본격적인 시초로 평가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광섬유 케이블을 드론에 싣고, 비행하며 풀리는 케이블을 따라 명령과 영상이 오간다.

이 드론은 약 1Gbps의 양방향 통신으로 충돌 직전까지 선명한 영상을 보내며, 명중률이 일반 FPV 드론에 비해 높게 보고된다. 우크라이나도 곧이어 ‘흐로밀로 오프틱(Hromylo Optic)’을 비롯해 15개 안팎의 업체를 통해 양산체계를 구축했다. 강점은 케이블 자체가 통신선이므로 재밍이 통하지 않고, 운용자 측에서도 송신 안테나가 없어 RF 방향탐지로 진지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점도 있다. 10㎞ 스풀의 무게가 2.3kg에 달해 비행성능을 끌어내리며, 케이블이 나무·건물·전선에 걸리면 임무는 그 자리에서 종료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광섬유로 옮겨갔다고 해서 ‘데이터링크’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체가 무선전파에서 유리섬유로 바뀌었을 뿐 운용자와 기체가 영상·명령을 주고받는 디지털 통신 구조는 그대로다. 오히려 1Gbps급의 대역폭은 무선 데이터링크가 좀처럼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에 가깝다.

즉, 광섬유 드론은 데이터링크를 버린 것이 아니라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되돌린 셈이다. 이 사실은 미래 데이터링크의 방향을 시사한다. 무선과 유선, 위성과 지상 중계, 무선과 광학을 하나의 임무 안에서 다층적으로 결합하는 ‘다매체 하이브리드 링크’다. 자유공간 광통신을 이용한 드론 간 레이저 데이터링크, 5G·6G 비지상망, 양자키분배 기반 암호 채널, AI가 전자전 환경을 학습해 도약 패턴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인지(Cognitive) 무전기 등도 그 후보다.

결국 데이터링크는 드론이라는 무인 비행체가 비로소 ‘눈’을 갖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조건이다. 라이트닝버그가 필름통을 들고 돌아오던 시대, 스카우트가 베카계곡 상공에서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 순간, 광섬유 한 가닥이 운용자와 기체를 다시 묶어놓은 오늘, 그리고 위성·5G·레이저·AI가 함께 엮일 내일에 이르기까지 매체는 끊임없이 변했지만 본질은 한결같다. 드론은 ‘본 것을 전하고 시킨 것을 듣는’ 통로가 있어야 비로소 무기로 작동한다. 데이터링크를 다루는 능력이 곧 미래 무인전력의 절반이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다음 회에선 기상을 동력으로 삼는 차세대 장기체공 비행,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드론에 대해 알아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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