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정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 위해 연내 입법이 추진 중이다. 재계와 노동계 등이 각론에서 부딪히지만 방향성은 공감대가 모아졌다.
군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현재 정년 연장 논의는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군인과 일반 공무원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로써 군인 정년은 1993년 군인사법 개정 이후 2023년 소령 계급만 연장됐을 뿐 30년 넘게 동결될 운명이다.
대령의 연령정년은 56세, 중령은 53세다. 이는 2016년부터 ‘60세 이상’ 정년이 의무화된 일반 근로자는 물론 공무원과도 차이가 크다. 공무원은 2008년 법 개정에 따라 6급 이하의 정년도 5급 이상과 같은 60세로 통일됐다.
군인은 전역 즉시 비교적 많은 연금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일반 근로자는 65세(1969년생 이후)가 돼야 받을 수 있어 5년의 소득 공백이 생긴다. 이번 정년 연장 논의가 일반 근로자를 우선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간 근로자와 이미 상당한 간극이 있는 군인 정년이 더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진다는 게 문제다.
대령이 되기도 쉽지 않지만 설령 되더라도 앞으론 민간 정년보다 9년(65세-56세) 빠르다. 중령이나 소령으로 예편할 경우 12~15년의 격차가 발생한다. 자식 건사 등을 위해 한창 돈 쓸 일 많은 시점에 인생 2막의 낯선 무대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비단 금전적 문제를 떠나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지력과 체력이 있음에도 일터를 떠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손실이다. 동년배들은 아직 활기차게 일하는데, 벌써 연금생활자가 되는 것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괴로운 일이다.
현재 군인 정년이 정해진 1993년 우리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약 73세였지만 2024년 약 84세로 11년 늘어났다. 건강상태가 꾸준히 좋아지면서 50대로 보이는 60대가 흔해졌고 ‘100세 시대’가 눈앞의 현실이다. 군은 첨단 과학기술군으로 변모하면서 육체적 능력보다 지적 숙련도가 중요해지는 추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어떤 분야에선 오히려 노련미가 더 필요한 덕목이 됐다.
물론 군은 특수집단이다. 구성원의 체력이 사회 평균을 훨씬 웃돌 만큼 강인해야 하지만,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정년도 일반 근로자와 같은 60세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경찰·소방의 체력기준이 군보다 낮을 이유도 없고, 군인이 경찰·소방보다 반드시 더 젊어야 할 이유도 없다. 미군(대령 62세) 등 외국군 사례와 비교해도 사리에 맞지 않다.
군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와 재정 부담은 면밀히 따져 볼 부분이다. 다만 연금 지출 감소라는 반대급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2024년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소령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는 연평균 300억 원 증가하지만, 2030년 기준 연금 수입은 166억 원 늘어나고 연금 지출은 218억 원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을 대폭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초급간부 인력난과 중견간부 이탈 등의 현실에서 정년 연장은 이미 선택의 차원이 아니다. 민간보다 10년 넘게 벌어지게 될 정년은 그대로 둔 채 처우를 일부 개선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임금피크제나 직무 능력 평가 등의 보완장치를 만들어서라도 때늦지 않게 사회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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