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사 봉급 인상과 장병내일준비적금 확대 등으로 군 장병들이 손에 쥐는 자산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제 군 생활은 단순히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시간을 넘어 사회로 나가기 전 ‘첫 금융생활’을 경험하는 중요한 시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장병이 봉급을 받아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주식 투자에 관심은 있는데 위험하지는 않은지, 전역 후 찾은 적금 목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전역하는 장병이 적지 않다. 돈은 생겼지만 금융을 다루는 힘은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청년 대부분이 사회에 나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금융을 배우게 되는데, 문제는 그 시행착오의 대가가 가혹할 정도로 큰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군인 대출 잔액이 수백억 원에 이르고, 그중 상당수가 고금리 대부업체에 노출돼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충성론’ ‘병장론’ 등 군 복무 중 목돈을 빌려준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군에서부터 빚의 굴레에 갇힌 채 사회로 내몰리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국방부와 관계기관들은 장병 경제·금융교육협의체를 구성하고 경제·금융교육을 국방부 통제과목에 포함해 교육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장병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 복무 중 체계적인 경제·금융교육이 필요하다.
군은 매일 반복되는 훈련과 생활 속에서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한다. 훈련을 반복하면 ‘근육’이 키워진다. 사회로 나가는 청년들에게는 중요한 또 하나의 근육이 있다. 바로 ‘금융근육(Financial Muscles)’이다. 금융근육이란 돈을 많이 버는 능력이 아니라 돈을 모으고 지키며 올바르게 사용하는 힘을 의미한다.
훈련병 시절엔 나라사랑카드 발급과 장병내일준비적금 가입으로 처음 금융을 접하고, 이병이 되면 봉급 관리와 소비 습관이 시작된다.
일병 시기에는 적금과 투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상병이 되면 신용과 대출 관계를 이해하며 금융사기 예방의 중요성을 마주한다. 전역을 앞둔 병장 시기에는 목돈 운용과 사회초년생 금융생활 준비라는 현실적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결국 군 생활은 ‘금융근육’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금융교육은 단기간에 끝나는 지식 전달이 아니다. 반복적인 훈련과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 체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이 금융근육도 하루 만에 생기지 않는다.
작은 소비를 기록하는 습관, 봉급을 먼저 저축하는 루틴, 신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금융근육은 단단해진다.
군은 청년들이 금융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최고의 훈련장이다. 일정 금액의 소득이 있고, 소비가 통제되며,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강한 정신력이 있다. 이 시기에 올바른 금융 습관을 형성한다면 장병 개인의 삶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금융 안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제는 군에서도 ‘금융근육’을 키워야 할 때다. 군 생활 속 작은 금융 습관 하나가 전역 후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가장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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