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활용한 연주활동, 말하기

입력 2026. 07. 02   15:03
업데이트 2026. 07. 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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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몸이 보내는 격렬한 신호를 만날 때가 있다. 

청중의 시선에 심장이 쿵쿵 큰 소리를 내며 뛰고, 숨을 들이마시기 어려워진다. 간신히 입을 열어 보지만 목소리는 평상시와 달리 가냘프다. 목에 힘을 줄수록 몸 안에 수십 마리의 양이 사는 듯 잘게 부서지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숨이 가빠지며 말은 빨라진다. ‘천천히 말해야지’ 다짐해도 맘대로 되지 않는다.

많은 이가 공적 말하기 상황에서 이런 경험을 하고는 ‘말재주’가 없다며 자책한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당연한 신체 반응이다. ‘말재주’가 없는 당신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말을 하기 위해 뇌에서 설계된 신호가 전신으로 뻗어 나갈 때 긴장된 환경을 접한 자율신경계(교감신경)가 즉각 개입한 결과일 뿐이다. 말재주가 없어서가 아니라 긴장된 상황에서 신체가 보이는 반응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것이다.

말하기는 생각이 호흡과 진동, 울림과 조음이라는 정교한 물질적 통로를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신체활동이다. 이때 우리 몸은 하나의 악기로 작동한다. 말하기는 몸이라는 악기를 활용한 연주활동, 다시 말해 몸의 뼈와 근육, 호흡을 미세하게 조율해 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럼 긴장된 상황에서 이러한 ‘신체적 연주활동’인 말하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몸이라는 악기를 잘 조율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공적 말하기를 무대에서의 연주활동으로 생각하고 다음을 활용해 보자.

첫째, 무대에 오르기 직전 ‘날숨’으로 악기의 압력을 리셋해야 한다. 긴장하면 가슴 위쪽으로만 얕은 숨을 쉬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무대에 나서기 전 코로 숨을 4초간 끝까지 내쉬고 2초간 멈춘 뒤 다시 숨을 들이마셔 자연스럽게 채워라. 그렇게 횡격막을 아래로 내리며 안정적인 호흡의 토대를 잡아야 흔들림 없는 톤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목소리의 떨림을 잡으려면 구강이라는 ‘울림통(공명강)’을 잘 확장해야 한다. 긴장한 상태에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을 작게 벌리기 쉽다. 말을 시작하기 전 가볍게 하품을 하듯이 어금니 사이 공간을 확보하고 첫 문장을 뱉을 때 모음을 평소보다 크고 또렷하게 발음해 보자. ‘아’ 발음을 위해서는 아래턱을 최대한 툭 떨어뜨리고 ‘우’와 같은 발음을 할 때는 입술을 쭉 내밀어 보자. 넓어진 공명공간이 성대의 떨림을 흡수해 청중에게는 단단하고 풍성한 음성이 전달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주의 템포를 지배해 보자. 말이 빨라지는 것은 청중의 시선에서 도망치려는 뇌의 방어기제 때문이다. 할 말만 생각하며 가빠진 숨을 무시하고 말을 뱉어 내는 대신 멈춰야 한다.

구성한 말의 내용이 전환되는 시점에 용기를 내 의도적으로 고개를 들어 청중석의 한 사람과 2초 정도 시선을 맞춘다.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 그 짧은 침묵의 순간 우리 몸은 숨을 고를 시간을 벌 수 있다. 악보 위의 쉼표 역시 음악의 일부이듯 말하기에서 잠깐씩의 멈춤은 이야기하는 나와 듣는 이 모두를 위한 중요한 장치다.

좋은 연주는 잘 조율된 악기에서 시작된다. 긴장된 상황에서 말하기를 해야 할 때 지레 겁을 먹기보다 호흡이 어떤 리듬을 갖는지, 몸이 어떤 울림을 만들어 내는지, 자신의 말이 어떤 떨림으로 타인에게 닿을지를 몸이라는 악기를 살펴 조율해 보자.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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