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대한민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다. 그러나 한빛부대 장병들이 재건지원작전을 전개하며 현지 주민과 유엔 소속 동료들을 만나는 순간 대한민국은 더는 먼 나라가 아니다. 태극기를 단 우리 장병들의 표정과 말투, 약속을 지키는 태도와 임무 수행자세가 곧 대한민국의 모습이 된다. 한빛부대 한국어교실 교관 임무를 준비하며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수강생은 여러 국가에서 온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직원과 장병들이었다. 처음엔 기본적인 한국어만 알려 주면 된다고 여겼지만, 동료 교관들과 함께 교안을 작성하고 수강생들 입장에서 고민할수록 뜻과 발음만 전해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 인사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감사의 말에는 받은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다. 결국 그들에게 전해야 할 것은 낯선 말의 소리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예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 수강생이 수업을 마친 뒤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또박또박 얘기했을 때였다. 그 수강생에게 표현 하나를 가르쳤을 뿐이지만, 그는 진심이 언어의 경계를 넘어 전해질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그에게 “저도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국적과 배경을 뛰어넘어 우리는 그 순간부터 서로의 언어와 마음을 나누는 동료가 됐다.
전 세계의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웃고 배우는 모습은 평화유지활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진정한 평화·협력과 닮아 있었다.
한빛부대는 남수단의 재건과 평화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도로와 기반시설을 보수하고, 직업교육과 농업 지원 등을 이어 가고 있다. 공병 장비가 끊어진 길을 다시 잇고 주민들의 삶을 일으킨다면 한국어교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의 길을 놓는 일을 한다. 서로 믿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물리적 재건의 성과도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한국어교실을 진행하며 문화와 언어를 나누는 활동은 부가적인 행사가 아니라 재건의 성과를 사람들의 마음에 연결하는 임무라는 확신이 생겼다.
오늘도 누군가는 공병 장비로 도로를 만들고, 누군가는 경계와 지원 임무로 안전한 길을 놓는다. 나는 한국어로 마음과 마음을 잇는 길을 건설하고 있다. 길의 모습은 달라도 향하는 곳은 같다. 남수단의 평화와 재건, 대한민국을 향한 신뢰다.
언젠가 이곳의 유엔 동료들이 처음 배운 한국어를 떠올리며 한빛부대와 대한민국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라는 단어에서 존중을, “감사합니다”라는 낱말에서 우정을 떠올린다면 우리의 임무 수행은 충분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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