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 지휘관을 대체할 수 없다

입력 2026. 07. 01   15:46
업데이트 2026. 07. 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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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앤서니 킹. 2025. 'AI, 자동화, 전쟁: 군사기술복합체의 등장'

Anthony King. 2025. AI, Automation, and War: The Rise of a Military-Tech Complex. Princeton University Press. pp. 240.
Anthony King. 2025. AI, Automation, and War: The Rise of a Military-Tech Complex. Princeton University Press. pp. 240.


국방분야에서 인공지능(AI)에 관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휘관을 대체하고 전쟁을 자동화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자율무기, 킬러로봇, 드론 군집, AI 지휘관, 알고리즘 전략 등은 이제 미래전 논의의 상징적 표현이 됐다. 그러나 『AI, 자동화, 전쟁: 군사기술복합체의 등장(AI, Automation, and War)』은 이러한 통념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AI가 전쟁을 자동화할 것이라는 기술결정론적 전망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것이 군 조직과 민·군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20년간 미군과 서방군이 실제 작전에서 AI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검토한다. 오늘날 AI와 전쟁 관련 연구의 상당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자율전장을 상정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과학소설적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경험주의 철학자 흄을 원용하며 미래에 대한 예측은 결국 ‘추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AI가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가 현재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을 중심으로 정확한 실태 분석에서 집중하는 이유다.

저자가 제시하는 첫 번째 핵심 주장은 “AI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자동화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학자들은 AI가 인간 지휘관의 비합리성과 감정적 편향을 제거하고 보다 효율적인 전략결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는 AI가 전쟁 수행뿐만 아니라 전쟁 개시 여부까지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AI는 공포, 증오, 복수심, 도덕적 부담 같은 인간적 감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합리적인 전략 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팔란티어는 전장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인공지능으로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쟁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군사기업복합체다. 실시간 전장 모습을 보여주는 ‘팔란티어 AIP’ 화면. 필자 제공
팔란티어는 전장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인공지능으로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쟁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군사기업복합체다. 실시간 전장 모습을 보여주는 ‘팔란티어 AIP’ 화면. 필자 제공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다. 전쟁은 체스 게임이 아니다. 전쟁은 비선형적이며, 예측 불가능하고, 정치적이며, 우연과 마찰이 지배하는 현상이다.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쟁의 마찰’은 수많은 변수와 인간적 요소로 구성된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전례 없는 상황과 정치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AI는 표적 인식이나 정보 분석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국가 목표, 정치적 의도, 위험 감수 수준, 동맹의 반응, 국민 여론과 같은 전략적 요소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AI는 지휘관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지휘관의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I 장군’ 혹은 ‘알고리즘 전략’에 대한 과도한 기대 혹은 우려에 대한 반론이다.

이러한 주장은 AI 혁명의 핵심을 자율성보다는 정보처리 과정의 자동화로 본다는 점과 연결된다. 오늘날 AI와 전쟁 논의는 거의 자동적으로 킬러로봇, 자율전차, 자율드론 군집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제사회에서도 ‘킬러로봇 금지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AI가 전쟁을 보다 쉽고 빈번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논의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현재 군대에서 사용되는 AI의 대부분은 무기 자체를 통제하기보다 정보감시정찰(ISR)의 정보처리나 방대한 데이터 분석, 물류 최적화, 작전계획 지원, 센서 융합 및 상황인식 등에 사용한다. AI는 ‘사격하는 무기’보다는 ‘생각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AI의 가장 큰 역할은 드론 조종 자체가 아니라 수많은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목표를 식별하고 전장 상황을 시각화하는 데 있었다. AI는 인간을 제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많은 인간 분석가와 운영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미래전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완전자율전쟁’ 개념이 현실보다 과장됐음을 보여준다.

사실 진정한 혁명은 군사기술복합체(Military-Tech Complex)의 등장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주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냉전기 군사력의 중심은 ‘군산복합체’였다. 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과 같은 방산기업이 무기체계를 생산하고 군은 이를 구매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AI는 전차나 전투기처럼 완성된 제품이 아니다. AI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웹서비스(AWS), 팔란티어, 스페이스X, 안두릴과 같은 민간 기술기업이 전쟁 수행 과정 자체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들 기업이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와 프로그래머들은 전방 지휘소와 작전본부에 배치돼 군인들과 함께 작전을 지원한다. 민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사실상 작전 수행 과정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냉전기의 군산복합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민·군 협력 구조다. 저자는 이를 ‘하이브리드 민·군조직’이라고 표현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군은 전통적 의미의 군사동맹뿐 아니라 민간 기술기업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스타링크(위성통신), 마이크로소프트(사이버 방어), 구글(데이터 서비스), 팔란티어(전장 데이터 분석과 표적화 체계), 안두릴(감시 및 AI 시스템) 없이는 전쟁을 수행할 수조차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가 간 전쟁인 동시에 기술기업 연합 간 대결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띠게 됐다. 이는 미래전에서 ‘누가 더 많은 전차를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누가 더 우수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가’가 중요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AI 무기 개발 경쟁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 관리 체계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이다. 국방 AI 발전은 방산기업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내 AI 기업과 클라우드 기업, 통신기업, 소프트웨어 기업을 포괄하는 새로운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미래의 핵심 인력은 단순한 무기 운용자가 아니라 데이터 과학자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민간기업의 군사작전 참여 확대는 법적 책임, 민주적 통제, 정보보호, 전시 동원체계 등 새로운 제도적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AI, 자동화, 전쟁: 군사기술복합체의 등장』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AI 혁명에 대한 과장된 환상을 걷어내고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냉정하게 분석한 연구서로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전쟁을 자동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AI는 전쟁을 수행하는 조직과 권력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미래전의 핵심 질문은 더 이상 “AI가 인간 지휘관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다. 진정한 질문은 ‘민주주의 국가 혹은 군은 전쟁 수행 과정에 점점 더 깊숙이 개입하는 거대 기술기업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자율무기 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적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전 연구와 국방정책 논의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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