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지역 동물원(오월드)의 늑대 ‘늑구’가 사파리 울타리 아래 땅을 파헤치고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늑구앱, 늑구 찾기 프로젝트, 늑구빵, 늑구 굿즈 등이 생길 만큼 늑구의 동물원 탈출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0일 만에 생포되기까지 ‘늑구’에게 쏟아진 사람들의 관심은 새롭고 놀라운 현상이었다.
늑구의 탈출, 잠깐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인가. 늑구는 과연 동물원을 어떻게, 왜 탈출했을까? 갓 성체에 진입한 혈기왕성한 청소년 늑대 늑구에게 동물원의 사파리 울타리는 너무 약했던 걸까? 늑구에게 물어봐야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있겠지만, 늑구는 말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한 심정이다.
늑구의 탈출사건은 관리 소홀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여실히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열흘간 수백 명에 이르는 수색인력 투입, 학교 수업 통제, 공원 및 산책로 폐쇄, 사후 수습을 위한 비용 등은 늑구의 관람시설인 사파리 울타리 유지보수비를 훨씬 뛰어넘었을 것이다. 늑대는 땅을 파는 습성이 있어 울타리 아래로 1m 내외의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한다고 한다. 땅속에 묻혀 있는 이 철조망이 부식으로 인해 약해져 늑구는 땅을 파고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 대전 오월드는 늑구 탈출사건으로 중장기 정비를 시작했고, 2031년까지 약 3300억 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군에는 여러 목적의 다양한 장비와 시설물 등이 있다. 도입 또는 건립 후 수십 년이 지나 노후화가 됐으나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체계적인 교체가 아닌 파손이나 손상 개소에 대한 땜질식 보수에만 급급하다 보면 늑구 탈출과 같은 사건이 벌어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중기계획은 단순히 숫자로 채워진 서류가 아니다. 중기적 시계에서 합리적으로 군사력을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수립하는 5년 단위의 계획이다. 현재 사업의 적절성을 제로베이스에서 들여다보면서 필요한 사업에 적절한 재원을 배분하기 위한 계획서다. 늑구와 국방중기계획, 개연성 없는 두 단어이지만 해군본부 중기계획과에 3년째 근무하는 나에게 늑구의 외출은 업무를 되돌아보게 해 주는 계기가 됐다.
단순히 숫자의 가감만이 아니라 담당 중인 프로그램에서 각급 부대에 필요한 사업의 적정 재원이 적시에 반영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게 3년 차 담당인 내게 늑구가 주는 교훈이 아닐까. 적재적소의 재원 투입 검토는 결국 우리 국방재정의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늑구가 더 안전하고 편안하며 튼튼한 우리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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