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언덕의 노래 제벨 사하바

입력 2026. 06. 30   15:15
업데이트 2026. 06. 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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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전쟁을 공부하는가?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일까. 그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의 참혹함을 이해하고 평화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김인수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언덕의 노래』는 그동안 읽어 본 전쟁소설 가운데 가장 특별한 작품이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무려 1만3000년 전 인류 최초의 전쟁 유적지로 알려진 ‘제벨 사하바(Jebel Sahaba)’다. 소설 속 람보르 부족은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람보르는 “싸워서 얻는 어떤 승리도 안 싸우는 것만 못하다”고 얘기한다. 동시에 그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힘과 능력이 뒷받침돼야 최악의 경우 싸우더라도 최소한의 희생으로 이길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오늘날 국가안보의 본질을 꿰뚫는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뛰어난 리더십 서사에 있다. 람보르는 매일 ‘지혜의 시간’을 갖는다. 그는 부족의 생존을 책임지는 지도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자연과 하늘의 뜻을 묻는다. 현대적으로 말하면 전략적 사유와 자기성찰의 시간이다.

전투가 임박해서도 람보르는 공명심을 경계한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싸우지 말고 공동체를 위해 싸우라고 당부한다. 또 사람마다 능력이 다름을 알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현대 군대에서 이야기하는 임무형 지휘와 인재 관리의 본질이 이미 그 안에 담겨 있다.

전투 지휘관 솔론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는 적의 강점은 피하고 약점을 공격하라고 가르친다. 지형을 이용하고, 기만과 위장을 활용하며, 무엇보다 직접 보고 확인한 사실을 중시한다.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장면은 인간 존엄과 관련한 것이다. 족장의 죽음과 평범한 전사의 죽음 중 어느 게 더 소중하냐는 질문 앞에서 재무르는 모든 인간의 생명은 동등하다고 한다. 이 대목은 군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군대는 계급으로 운영되지만 군인의 생명은 계급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가 아니라 인간 존중에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람보르와 재무르는 자신들이 겪은 전쟁을 후세에 남기려 한다.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선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제벨 사하바의 붉은 언덕에서 들려오는 노래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인간을 향한 사랑의 노래이며,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이고, 책임 있는 지도자의 노래다. 장차 군의 리더가 될 사관생도와 후보생, 지금 이 순간 국가를 지키는 모든 군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한용 교수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정한용 교수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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