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닫으며

입력 2026. 06. 29   14:59
업데이트 2026. 06. 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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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학기가 저물었다. 성적을 정리하고 강의를 매듭짓다 보면 지난 한 학기 교육한 것들을 자연스레 되짚게 된다. 무엇을 더 다뤘어야 했고, 무엇을 덜었어야 했는지 그 물음은 이내 교과과정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가르치는 일은 결국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어서다. 

4차 산업시대 교육환경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만큼 지금 생도들이 장차 마주할 세상도 우리 예측을 넘어선다. 몇 해 뒤 그들이 부대를 이끌 때 어떤 지적 역량이 필요할지, 무엇을 길러 줘야 변화 앞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헤쳐 나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교육 내용을 최신화하고 그 방법에 변화를 주는 일이 교수진에게는 마땅한 책무다. 시대에 뒤처진 지식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생도의 미래를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과정을 다듬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새로운 내용을 더하려면 기존의 무언가를 덜어 내야 하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데는 깊은 숙고가 따른다. 생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학습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모든 것을 가르치려는 욕심은 오히려 아무것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선순위에 따라 핵심을 선별할 때 교육은 비로소 그 효과를 거둔다.

이 모든 선택의 기준은 우리가 어떤 인재를 길러 내려 하는지에 있다. 한 교육기관의 교과과정은 그 학교가 오랜 세월 지켜 온 설립정신과 고유한 성격이 담긴 결정체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빛깔은 하루아침에 빚어지지 않는 데 반해 흐려지는 것은 그보다 훨씬 빠르다. 그렇기에 무엇을 가르칠지에 앞서 우리가 어떤 모습의 장교를 길러 내려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성급한 변화의 위험은 역사가 이미 보여 준 바 있다. 1960년대 미국은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 이른바 ‘신수학(New Math)’을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채 교육현장에 도입했다. 미래를 향한 개혁으로 여겨졌던 이 시도를 훗날 ‘타임지’는 ‘20세기 최악의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가르칠 이들의 준비도 미처 갖춰지지 않은 개편은 정작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한 세대의 학습에 적지 않은 공백을 남긴 채 폐기됐다. 그 시기에 기초를 놓친 학생들의 시간은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한 학기를 마친 지금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음 학기를 더 충실히 준비하는 때다. 다만 나아지려는 마음이 조급함으로 흘러선 안 된다.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변화는 선한 의도와 무관하게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미래 전장은 우리가 가르쳐야 할 폭을 한층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가 전투 양상을 바꾸고 첨단 과학기술이 승패를 가르는 시대에 미래의 육군 장교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그것을 전장에서 판단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무엇을 새로 더하고 무엇을 단단히 지킬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교과과정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가올 학기를 준비하는 이 시간이 서두름이 아닌 깊은 고민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그래야 생도 앞에 다시 서는 그날, 우리는 한층 나아진 가르침으로 그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관 중령 육군사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
이종관 중령 육군사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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