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이상의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국 사상자는 약 200만 명에 달하며, 그 중 70% 이상이 드론에 의한 피해로 추정된다. 드론이 전쟁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전쟁 양상을 바꾼 것이다.
전쟁 초기 대부분의 드론은 정찰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찰용부터 공격용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심리전 효과는 가히 극적이라고 할 만하다. 드론 비행체가 내는 소리가 전투원의 심리와 행동을 위축시키고 언제든 살상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유발함으로써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다.
러·우 전쟁에서 저가형 일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자폭드론이 위협적인 무기로 떠오르면서 샷건을 휴대한 병사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샷건은 드론 대응의 ‘최후 보루’이자 ‘가성비 최강’인 근거리 방어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의 한계로 소프트킬(비파괴적 기능 교란·마비수단)이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샷건은 즉각 대응 가능한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하드킬(직접적·물리적 파괴수단)로 재조명되고 있다.
샷건의 주요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높은 명중률(산탄효과)이다. 일반 소총의 단일 탄환으로는 100㎞/h 이상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드론을 명중시키기가 어렵지만 샷건은 한 번 발사 시 수십 개의 구슬(pellets)이 퍼지면서 드론의 프로펠러나 날개를 타격할 확률이 훨씬 높다.
둘째, 부수적 피해 최소화다. 대공포나 소총탄을 하늘로 쏠 경우 다시 떨어지며 민간인이나 아군의 피해 우려가 있지만 샷건의 산탄은 에너지가 금방 소실돼 비교적 안전하다.
셋째, 비용 대비 효율성, 즉 가성비가 좋다. 드론 대응을 위한 수억 원짜리 전파교란 장비나 미사일에 비해 샷건과 그 탄약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며 특별한 고난도의 훈련 없이도 즉각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전술적 유용성의 한계도 존재한다. 샷건의 유효사거리가 통상 30~50m 이내여서 주요 목표물이 저고도로 접근하는 FPV 자폭드론이나 정찰용 소형 쿼드콥터(4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드론) 등으로 국한된다.
샷건은 드론 탐지나 원거리 격추를 위한 장비는 아니지만 전투원에게 돌진해 오는 자폭드론을 막아 낼 개인의 마지막 방어수단이란 점에서 실용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전자전 장비(Jammer)가 먹히지 않는 ‘자율비행 드론’이 늘어날수록 물리적 타격력을 가진 샷건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러·우 전쟁에서 전투원들이 샷건으로 드론 공격을 방어하고 생존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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