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협해전 전승기념식
지난 26일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 백두산함(PC-701)의 첫 승전을 기리기 위해 출항한 1만4500톤급 대형수송함(LPH) 마라도함의 비행갑판에는 76년 전 그날의 결전을 기억하는 삼엄한 공기가 흘렀다. 해군작전사령부는 이날 부산시 민주공원과 작전기지 일대에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제76주년 대한해협해전 전승기념행사’를 거행하며 선배 전우들의 해양수호 의지를 되새겼다. 현장에 동행해 포탄이 빗발치던 대한해협에서 적의 후방 침투를 좌절시키고 6·25전쟁의 판도를 바꾼 숭고한 헌신의 무게를 확인했다. 글=조수연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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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해전은 1950년 6월 26일 새벽 백두산함이 병력 수백 명을 태우고 후방으로 침투하던 북한 무장수송선을 부산 앞바다에서 교전 끝에 격침한 해전이다. 이는 6·25전쟁 초기 부산지역을 교란하려던 북한의 의지를 좌절시키고, 전략적 거점인 부산을 지켜내 유엔군의 전개와 낙동강 전선 유지를 가능하게 한 승전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오전 부산시 민주공원에서 열린 전승기념식에는 백두산함 승조원 황상영 옹(94)을 비롯한 참전용사와 유가족, 곽광섭(중장) 해군작전사령관, 이남일 부산지방보훈청장 등이 참석했다.
개식사와 경과보고에 이어 진행된 표창 수여식에서는 백두산함의 해양수호 의지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아 제정된 ‘우수함장상(해군참모총장훈격)’이 춘천함과 이억기함 함장에게 각각 수여됐다.
곽 사령관은 기념사에서 “포탄이 빗발치는 대한해협해전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선배 전우들의 호국정신과 필승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바다를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념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부산해군기지로 이동해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 올랐다. 함께 편승해 지켜본 마라도함 선상과 부산 앞바다에는 76년 전 치열했던 밤바다의 사투를 기리는 삼엄함과 숙연함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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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이 76년 전 실제 교전이 벌어졌던 해역에 도착하자 비행갑판에서 해상헌화가 엄수됐다. 헌화 직후 부산시인협회 소속 시인이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창작시를 낭송했다. 갑판 위로 울려 퍼지는 낭송을 들으며 바다를 응시하는 참석자들의 굳은 표정에서 당시 치열했던 밤바다의 사투와 숙연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해군작전사는 추모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전날인 지난 25일 부산콘서트홀에서 해군 군악대와 유가족, 연합합창단 등 240여 명이 참여하는 ‘전승 76주년 기념 호국음악회’를 개최했으며, 음악회는 1800여 석이 매진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또 전투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반영해 지난 3개월 동안 ‘AI 그림·창작시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엔 총 528편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44명이 수상하며 국민이 백두산함의 역사적 의의를 시각적으로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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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인터뷰한 참전용사와 유가족은 잊혀져 가는 백두산함의 헌신이 미래 세대에게 올바르게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포탄 운반수이자 장전수로 참전했던 황상영 옹은 “국기도 이름도 없는 정체불명의 배에 여러 차례 국제 신호를 보냈으나 침묵했다. 다가가 보니 무장한 선박이었다”며 “함장의 판단으로 적 선박임을 인지하고 40분간 치열하게 싸워 침몰시켰다”고 회고했다.
이어 “포를 처음 쏴볼 정도로 훈련도, 장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총탄이 빗발치는데도 돌아가실 때까지 키(조타기)를 안고 전사한 두 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들이 ‘이순신’ 하면 ‘거북선’을 떠올리듯, 6·25 하면 백두산함이라고 역사에 남겨주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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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함 승조원 고(故) 김수겸 씨의 딸이자 이번 호국음악회 감독을 맡았던 김영(사진) 씨는 해상헌화 중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생전 아버지가 ‘갑판 바닥이 온통 피투성이여서 바닷물을 퍼내며 씻어냈다’고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며 “군인들의 쌈짓돈을 모아 어렵게 마련한 우리 최초의 전투함이 6·25는 물론 그 이후에도 생을 다할 때까지 활약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너무 당연한 자유가 사실은 그분들이 짊어졌던 무거운 책임감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해군의 힘이 더욱 커져 국토방위를 굳건히 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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