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실패를 대하는 법

입력 2026. 06. 26   16:20
업데이트 2026. 06. 2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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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실수와 실패를 싫어한다. 학교에서는 오답을 지우고, 직장에선 시행착오를 줄이려 한다. 정확함과 책임감은 중요하나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어떤 실수가 뜻밖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어떤 실패는 한 사람을 더 크고 깊게 만든다. 문제는 실수와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구글(Google)’의 이름은 뜻밖의 오타에서 비롯된 결과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97년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수학용어 ‘구골(googol)’을 회사 이름의 바탕으로 삼았다. 그러나 철자가 비틀린 형태인 ‘Google’이 그대로 굳어졌고, 결과적으로 더 강력한 이름이 됐다. 3M 연구원 스펜서 실버의 사례도 비슷하다. 그는 강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너무 약하게 붙는 물질을 얻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분명 실패였지만, 이 ‘실패한 접착제’는 훗날 동료의 아이디어와 만나 전 세계 사무실의 필수품인 포스트잇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패를 이겨 낸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리를 붙든다. 토머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실험 실패를 겪었다. 그의 연구노트에는 필라멘트 재료만 1600여 가지를 시험한 기록이 남아 있다. 주변의 조롱에 그는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전구가 켜지지 않는 수천 가지 이유를 발견했을 뿐이다”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J. K. 롤링 역시 여러 차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마침내 첫 소설 『해리 포터』를 세상에 내놨다. 실패는 그들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운다. 실수는 부끄러움의 증거가 아니라 가능성의 입구일 수 있고, 실패는 인생의 낙인이 아니라 해석을 기다리는 과정일 수 있다는 점이다.

뇌과학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미시간대의 연구에 따르면 실수를 경험한 직후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하며 이후 같은 과제에서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성공을 반복할 때보다 실수를 인지하고 수정할 때 오히려 더 단단한 사고력을 키운다. 실수는 지워 버려야 할 얼룩이 아니라 더 깊이 배우고 더 넓게 이해하기 위해 삶이 우리에게 남겨 둔 흔적일 수 있다. 그래서 공동체는 실수를 바로잡되 사람을 모욕해선 안 되고, 실패를 평가하되 한 사람의 전부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실수한 사람에게는 비난보다 수정의 기회를, 실패한 사람에게는 조롱보다 다시 설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잘못 말하고 선택하며, 기대한 만큼 해내지 못하는 날을 만난다. 그때 필요한 것은 냉정한 완벽주의가 아니라 인간은 흔들리며 배운다는 너그러운 믿음이다. 조금 멀리서 보면 실수는 더 나은 길을 찾게 하는 표지판이 되기도 하고, 실패는 사람을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겸손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인생의 지혜는 넘어졌을 때 서로를 함부로 밀어내지 않고, 다시 일어설 자리를 남겨 두는 데 있다. 실수에는 관용을, 실패엔 배려를,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다시 한번 이해의 손을 내미는 사회는 더 따뜻할 뿐 아니라 더 멀리 간다.

우리의 삶은 완벽함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아니다. 어긋남을 품고도 다시 나아가기에 인간은 끝내 발전해 왔고, 그 여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강용철 경희여중 국어교사 EBS 강사
강용철 경희여중 국어교사 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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