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고농축 핵물질 처리 원칙적 합의 고무적

입력 2026. 06. 26   16:20
업데이트 2026. 06. 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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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이슈 돋보기』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 분석과 평가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17일부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 109일 만의 일이다.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 노력이 계속된 결과 미국과 이란은 종전에 도달하기 위한 MOU에 잠정 합의했다. 이후 두 나라 대통령의 전자서명을 통해 총 14개 조로 구성된 양해각서가 발효되면서 종전협상이 시작됐다.

MOU 1조에는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하겠다는 선언이 담겼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상호 어떠한 군사작전을 개시하지 않으며 무력 위협과 사용을 자제하고, 레바논의 영토와 주권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 맥락으로 2조에서는 두 나라가 상호 주권과 영토보존을 존중하는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협상 결과 내놓은 최종합의에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영구적 전쟁 종료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레바논 전선에서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양해각서의 서명 당사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측의 충돌이 이어진 가운데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MOU 위반으로 규정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책임 추궁의 논리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헤즈볼라 통제책임을 요구했다. 이는 레바논에서의 충돌 국면이 종전 협상의 장애 요인임을 방증한다.

이란은 종전 최종합의를 위한 협상 기간에 한정해 호르무즈 해협의 무상 통항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업 선박의 즉각적인 무상 통항을 보장하는 동시에 기뢰 제거 등의 조치도 30일 내로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은 양해각서 4조를 통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바논과 호르무즈 해협 이슈가 연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명분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언론 보도에 따른 것이다. 이에 미국은 해협 통항이 계속되고 있으며, 미군이 이를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은 이란이 종전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경고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압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호르무즈 해협의 근본적인 쟁점은 무상 통항 이후의 문제다. 이는 양해각서 5조와 관련된다. 이 조항은 이란이 적용 가능한 국제법과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의 주권 원칙을 기준으로 해협의 미래 관리 및 해상서비스를 규정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한다는 내용이다. 이란이 통행료가 아닌 해협 관리라는 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수수료를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의도가 관철될 경우 국제해양질서에 근본적 도전을 초래하는 동시에 물류비 급증 등 실질적 문제도 부상할 것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이란은 양해각서 8조를 통해 핵무기 획득과 개발 금지를 확인했으며, 9조를 통해 핵 프로그램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상응 조치로 미국은 신규 제재를 부과하지 않는 동시에 역내 병력을 추가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했다. 또한 7조를 통해 종전 최종 합의에 따른 일정에 맞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 및 미국의 독자적 제재 등 이란에 가해진 모든 종류의 제재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호 조치에 따라 두 나라는 IAEA의 감독 아래 이란의 농축 핵물질 비축분을 희석하는 데 합의했다. 또한 종전 최종합의에서 만족스러운 틀이 도출된다는 점을 전제로 이란의 민수용 핵농축 수요를 논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재개됐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이 빠르게 통과하는 가운데 각국 선박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이 빠르게 통과하는 가운데 각국 선박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MOU의 내용은 이란이 비축해 온 고농축 핵물질 처리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IAEA 핵 사찰단의 이란 내 활동 재개에 대해 합의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미국 협상단의 수석대표인 밴스 부통령은 이 합의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규정했다. 반면 이란 민수용 핵물질 농축권의 인정 범위와 IAEA의 이란 핵 시설 사찰·검증 범위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협상력을 조기 소진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MOU 10·11조와 관련한 논란이다. 10조에 따라 미국은 MOU 서명 즉시 이란산 원유 및 석유·파생제품 관련 제재의 면제 조치를 발급하기로 약속했다. 또 11조에 따라 제재로 동결·제한된 이란의 자금 및 자산의 완전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동시에 두 나라가 관련 절차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조에서는 이러한 제반 내용의 이행을 전제 조건으로 나머지 조항들에 대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이란 핵 문제의 실질적 양보를 도출하기 전에 협상 수단을 소진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친미 아랍 국가들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함께 미사일 위협과 친이란 대리세력의 공세적 행보에 대한 우려를 지속 제기해 왔다. 이러한 역내 우려 해소 방안이 협상 의제에 포함될지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는 MOU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관련 현안을 배제하려는 이란의 의도가 관철된 결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 결과와 별개로 미국의 안보공약에 관한 역내 국가들의 의구심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규정한 6조에 관한 논란도 예상된다. 이 조항에 따라 미국은 전후 이란의 재건 및 경제 발전을 위해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확정적이고 상호 합의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이 종전 최종합의를 통해 확정될 것이며, 관련 금융거래에 필요한 허가·면제·승인 조치를 허용할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하지만 이란 지원을 위한 재정적 부담이 미국의 동맹·우방국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조에 따라 미국과 이란은 최장 60일 이내로 종전 최종합의를 타결하되 상호 동의아래 협상을 연장할 수 있다. 이는 제반 쟁점에서의 합의 도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두 나라의 최종합의는 14조에 따라 구속력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승인될 예정이다.

미국과 이란은 6조에 의해 양해각서의 성공적 이행을 감독하는 집행 메커니즘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의 부재로 인해 향후 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양국은 MOU 체결 이후 스위스에서 개최된 고위급 1차 회담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충돌 방지를 위한 소통 채널 구축과 레바논에서의 군사작전 종료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갈등 완화 기구 설치에 합의했다. 실무 차원의 협상도 개시됐다. 이런 노력들이 종전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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