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일, 해군교육사령부 교관으로 전입했다. 현장 경험과 병기사통 군사특기 지식을 장병들에게 교육하며 강한 책임감과 올바른 군인정신을 갖춘 해군 인재를 양성하는 임무는 큰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연구하면서 강의안을 준비하고, 교육생들과 생활하는 하루하루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더 좋은 교관을 꿈꾸며 교육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했다. 병원에서 들은 진단명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앞으로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교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밀려 왔다.
처음에는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 반복되는 검사와 치료, 낯선 병명은 하루아침에 일상을 바꿔 놨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전우들의 따뜻한 응원과 배려였다. 같이 근무하는 전우들이 병원 일정에 맞춰 업무를 조정해 주고, 교육생들은 먼저 다가와 건강을 걱정해 줬다.
어느 날 한 교육생이 “교관님 강의를 오래 듣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이때 단순히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마음이 교육의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강단에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왜 군복을 입고 있는가?” 그 답은 언제나 같았다. 군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었다.
지금도 치료를 이어 가며 교육생들 앞에 선다. 다시 시작된 항해는 혼자 힘으로 이어 나가는 게 아니다. 함께해 준 전우와 교육생들, 서로를 믿고 배려하는 마음속에서 오늘도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병마는 삶의 방향을 잠시 흔들 순 있었지만 군인으로서 사명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런 시간을 통해 혼자 강한 사람이 아니라 같이할 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언젠가 지금 이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면 단순한 투병의 기억이 아니라 다시 한번 군인으로 성장한 나날로 기억하고 싶다. 앞으로도 교육생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과 서로를 믿고 나아가는 군인의 가치를 전하는 교관으로 남고 싶다.
오늘도 군복을 입고 교관 배지를 단다. 다시 시작된 이 항해의 끝에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군인으로 끝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함께 버티고, 성장한 시간은 앞으로의 군 생활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오늘도 굳은 믿음으로 나아간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