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천의 아픈 기억

입력 2026. 06. 24   14:47
업데이트 2026. 06. 24   16:12
0 댓글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는 31번 국도를 따라 내린천(內麟川)이 흐른다. 강원 홍천군 내면(內面)과 인제군 기린면(麒麟面)을 지난다고 해 내린천으로 부르고 있다.

내린천은 북쪽의 강원 양양군 현북면 복룡산(1015m)에서 최초 발원해 남쪽의 홍천군 내면과 인제군 기린면을 거쳐 북쪽인 인제읍 방향으로 흐르다가 다시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에서 내려온 인북천과 합쳐진 뒤 소양호로 흘러가는 총연장 60여 ㎞의 소하천이다.

이처럼 내린천은 우리나라 소하천 중 드물게 북쪽에서 발원했음에도 인제와 홍천의 많은 지류를 머금고 남에서 다시 북으로 향한다. 동고서저(東高西低)인 한반도 지형 특성상 대부분의 하천이 서쪽 또는 남쪽으로 흐르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내린천을 품은 인제군은 해발 1000m가 넘는 수려한 산과 봉우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접한 설악산(1708m)을 비롯해 방태산(1444m)과 점봉산(1424m), 곰배령(1164m) 등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영서와 영동을 잇는 미시령·한계령·조침령 등이 있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처럼 산이 높고 숲이 울창하며 계곡도 깊은 이곳을 유유히 흐르는 내린천은 그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찾아드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봄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여름엔 수상레저와 캠핑을, 가을에는 불타오르는 단풍을, 겨울엔 자작나무숲의 설경을 즐기기 위해 저마다의 기대를 안고 자연이 주는 휴식과 치유를 느끼고 돌아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내린천도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될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 중 드물게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는 특징 때문에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공격으로 퇴각하던 우리 국군이 남쪽으로 후퇴하기 위해 내린천 물줄기를 따라가다가 오히려 북쪽으로 올라가 포로가 되거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또한 여름철 많은 젊은이가 래프팅을 즐기는 내린천의 ‘피아시계곡’ 역시 과거 이곳 주민들이 피나무가 많다고 붙인 이름이었지만, 6·25전쟁 최대의 산악전투였던 매봉·한석산전투에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며 아군과 적군의 시신이 온 계곡을 뒤덮어 ‘피아(彼我) 모두 시신’이란 뜻으로 불려졌다는 아픈 사연도 함께 전해진다.

최근 육군3군단 주관으로 매봉·한석산전투에서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엄숙히 거행됐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내린천을 바라보며 이곳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선배 전우가 피 흘려 희생하셨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한다.

박성민 군무주무관 육군3군단 정훈실
박성민 군무주무관 육군3군단 정훈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