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킬웹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시대를 열다

입력 2026. 06. 23   17:09
업데이트 2026. 06. 23   17:13
0 댓글

악뮤(AKMU)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에는 이런 기사가 흐른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 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 이 문장은 실패와 아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일깨워 준다. 

지난해 11월 19일 우리 여단은 예기치 못한 시련과 마주했다. 박격포 사격훈련 중 발생한 안전사고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면했으나 야전 지휘관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는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사고 이후의 시간은 단순히 시스템을 복구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실패의 원인을 직시하고, 그 쓰라린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치열한 성찰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사고를 ‘쫓아내야 할 불운’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대신 이를 ‘혁신의 기회’로 품기로 했다.

여단은 즉각 안전체계를 재설계했다. 사단 자체 시범식 교육으로 현장의 허점을 메우는 보수적 접근을 넘어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파격적인 도전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AI) 및 킬웹(Kill Web)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박격포 사격’ 구현이었다. 과거의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람의 실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은 대한민국 육군이 지향하는 미래전의 단면을 보여 줬다. 무인항공기(UAV)가 전방에서 획득한 정밀표적 좌표는 실시간으로 사격통제본부(FDC)에 전송됐다. 전송된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도 최적의 제원값으로 자동 전환됐다. 특히 전장의 마찰로 인해 관측자나 FDC의 통신이 단절되는 극한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박격포 사수는 포반에 설치된 독자적인 표적 화면으로 실시간 수정값을 확인해 지속 사격을 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전형적인 ‘킬체인(Kill Chain)’ 개념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이다. 하나의 고리가 끊어지면 전체가 멈추는 체계가 아니라 모든 요소가 그물망처럼 연결돼 유연하게 반응하는 ‘킬웹’으로의 진화였다. 전장의 안갯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화력지원, 그것이 우리가 실패를 품고 일궈 낸 공학적 해답이었다.

물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따랐다. 익숙지 않은 장비를 다루고, 기존의 교리를 뒤집는 작업에 구성원들이 느끼는 피로도와 불안감은 당연했다. 이때 우리를 하나로 묶어 준 것은 사단장님이 강조하신 ‘Why-Fi’ 철학이었다. “이 일을 왜(Why)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명함으로써 구성원 간의 유대감(Fellowship)을 높이는 과정은 장병들의 마음속에 자발적인 열정의 불꽃을 지폈다.

30년 군 생활의 여정에서 깨달은 진리는 명확하다. 진정한 승리는 사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고를 딛고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는 복원력(Resilience)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의 차가웠던 실패는 이제 우리 여단 장병들의 가슴속에 AI와 MUM-T라는 최첨단 무기가 돼 박혔다.

한 번의 실패는 우리에게 아주 예쁜 돌이 됐다. 그 돌은 이제 우리 군이 나아갈 미래전의 길을 밝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품어 준 천봉여단 모든 장병에게 경의를 표하며, 우리는 오늘도 더 강한 육군을 위해 멈추지 않고 전진할 것이다.

최문규 대령 육군21보병사단 천봉여단
최문규 대령 육군21보병사단 천봉여단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