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우리 출판계 종사자들은 오래전부터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요술방망이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이다 보니 독서는 이제 무용지물일지도 모르겠다.
지식과 정보를 주는 매체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형식이나 내용이 수시로 바뀌어 왔다. 인쇄매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통적인 저작물은 주로 글자, 숫자, 기호 등에 의해 이뤄진 상징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면 다음 단계로는 음반이나 영상저작물이 등장했다. 이젠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가상공간’에 들어 있는 저작물이 대세를 이룬다. 나아가 인공지능(AI)까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인간 활동 그 자체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긍정적 측면은 사용자의 위상이 강화된다는 점, 정보 독점을 막고 중앙집권적 체제의 붕괴를 가져와 다원주의가 확산된다는 점에 있다.
디지털 혁명은 사용자의 정보 개입과 정보 활용을 활성화함으로써 개인 사용자를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정보 발신자 및 생산자 지위로 끌어올리는 커뮤니케이션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이는 기존의 일방적이었던 형태에서 쌍방향적이고 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디지털 혁명이 몰고 온 부정적 측면은 산업 간 융합과정에서 거대 매체기업의 독점이 이뤄져 전 지구적 차원에서 독점적 지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기존의 정보 종속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를 포함한 미래에는 정보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 그 많은 정보 중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 정보를 정리하고 파악해 올바른 시각을 제공하는 것, 즉 관련 정보를 해석하고 개개인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이에 맞게 분석해 서비스하는 게 중요하다.
디지털 환경에선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정보 생산뿐만 아니라 정보의 서비스, 분배, 수용, 사용 및 전달과정에서 독창성을 포함하는 가치 창조방법이 강조된다.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 정교해진다고 해도 투박한 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 가치 창조방법 중 최고봉이 독서여서다.
책방을 찾아 책을 어루만지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맑고 선량해 보인다. 스치기만 해도 그들에게선 진지한 삶의 향기가 물씬 풍길 듯하고, 절대로 대충대충 살아갈 것 같지 않은 신뢰감도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책들이 빼곡한 서가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용돈이라도 쥐여 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생기곤 한다. 바로 저 아이들이 자라 이 나라를 이끌 때쯤이면 요즘 같은 혼탁함은 말끔히 개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게다.
결국 행복한 대한민국을 미래상으로 삼으려면, 무식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으려면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나아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와 기업 모두 독서를 모든 평가의 기초로 삼고, 책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를 진작시켜 줘야 한다. 읽고 쓰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사회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읽은 만큼 행복해지는 사회야말로 세계의 문화를 이끌어 갈 대한민국의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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