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AI』
정찰드론의 다섯 가지 시선…무엇을, 어디서, 얼마 동안, 어떻게 들여다보는가
1966년 2월 13일 하노이 남쪽 상공에서 북베트남군의 SA-2 미사일이 미군 정찰기 한 대를 격추했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미군이 미끼로 띄운 ‘라이언 모델 147E’ 정찰드론이었다. 추락하는 30초 동안 드론은 SA-2의 추적·유도 주파수와 근접신관 특성을 송신했다. 자기희생으로 가장 결정적인 정보를 끌어낸 이 사례는 정찰의 시선이 ‘보는 일’ 하나만이 아님을 60년 전에 이미 보여 줬다. 오늘은 이 시선의 5가지 양식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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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장기체공 정찰
가장 높은 시선은 고고도 장기체공 정찰(HALE·High-Altitude Long-Endurance)이다. 미국 노스럽그러먼의 RQ-4 글로벌호크가 그 전형으로 고도 약 1만8000m, 항속 32시간 이상에 합성개구레이다(SAR)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를 같이 운용해 한 번의 출격으로 수만 ㎢에 이르는 광역을 영상에 담는다. 차세대 스텔스 HALE 무인기로 알려진 RQ-180은 더 깊은 침투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된다.
영국 퀴네틱이 설계하고 에어버스가 개발해 온 ‘제퍼’는 태양광 동력의 고고도 위성처럼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64일 18시간 연속 비행하며 한곳을 수개월 지속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HALE 정찰의 강점은 광역성과 지속성에 있으며, 한 차례의 출격으로 작전구역 전체에 시간 좌표를 입힌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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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 장기체공 정찰
그 아래 시선은 중고도 장기체공 정찰(MALE·Medium-Altitude Long-Endurance)이다. 무장을 제외한 MQ-9 리퍼 정찰 변형, 이스라엘 헤론 TP, 튀르키예 앙카S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고도 7000~1만2000m에서 24시간 이상을 EO/IR, SAR 등의 센서를 결합해 작전구역을 들여다본다. 무장드론으로 활용될 때는 정찰과 타격을 한 기체 안에서 동시에 처리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2026년 이란 작전에서 MALE 무인기를 운용해 표적을 식별·추적했다. 미군도 대테러전 이래 같은 패턴을 이어 왔다. MALE는 한 표적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지속력을 무기 삼아 도시작전과 대테러임무에서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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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정찰
세 번째 시선은 전술정찰(Tactical Reconnaissance)이다. 여단·연대급 부대가 직접 운용하는 중·소형 고정익 또는 멀티콥터 정찰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러시아의 오를란10은 통제거리 약 120㎞, 자율비행 시 최대 600㎞까지 고도 5000m로 비행해 포병 표적 관측과 무선신호 수집을 함께 수행해 왔다. 자라421과 슈페르캄, 우크라이나의 푸리아·렐레카100·샤크, 미국의 푸마3AE와 와스프 AE, 호주의 R70 스카이레인저가 같은 갈래에 속한다. 이들 정찰장비의 시선은 포병 사격을 보정하는 표적 관측에 있다. 우크라이나의 ‘GIS 아르타’ 같은 사격지휘 앱과 결합되면 표적 발견부터 사격까지의 시간이 분 단위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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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정찰
네 번째 시선은 마이크로 정찰(Micro/Nano Reconnaissance)이다. 노르웨이 프록스 다이내믹스가 개발하고 미국 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가 인수한 ‘블랙호넷’ 나노 헬리콥터가 그 전형이다. 무게 수십 g에 불과한 이 마이크로 드론은 EO 카메라와 열영상 센서를 코끝에 숨기고 약 25분간 1.6㎞ 거리를 비행하며, 보병 분대가 건물·참호·골목 너머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하도록 돕는다. 미국·영국·노르웨이·프랑스·독일을 포함한 30개국 이상에 1만4000대 이상이 납품돼 있다. 한 세트가 2대의 기체와 1㎏ 안팎의 통제장비로 구성돼 한 사람이 휴대할 수 있다. 마이크로 정찰의 핵심은 도시 시가전과 보병 분대 수준의 즉시 정찰에 있다. 사람이 직접 살펴야 하는 곳을 본다는 점에서 인명 손실 감소효과가 크다.
신호정보 정찰
다섯 번째 시선은 신호정보(SIGINT) 정찰이다. 표적을 영상으로 잡는 대신 적이 내보내는 통신·전자정보(COMINT/ELINT), 즉 무선통신, 레이다 방사, 휴대전화 신호, 데이터링크 패턴을 가로채는 정찰이다. 미국 RQ-4의 변형 EQ-4B는 통신 중계와 신호 수집을 결합한 사례다. 이스라엘 헤론도 정찰임무 중 SIGINT 탑재장비를 같이 운용한다. 러시아 오를란10은 영상카메라 외에 신호 수집 모듈을 함께 탑재해 우크라이나군의 통신과 위치 패턴을 수집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개발한 RF 수신 모듈을 소형 무인기에 결합해 러시아 전자전 자산의 주파수를 역추적하고 그 좌표를 자폭드론과 화력 자산에 보내고 있다. 영상이 ‘보는’ 정찰이라면 SIGINT는 ‘듣는’ 정찰이며, 둘이 결합될 때 표적 식별의 정확도와 속도가 동시에 올라간다.
영역을 해상과 수중으로 옮기면 또 다른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노스럽그러먼의 MQ-4C 트리톤은 글로벌호크 해상 변형으로 24시간 이상 광역 해상 감시를 수행하며, 호주·미국이 운용 중이다. 무인수상정(USV) 측면에선 미국 세일드론 익스플로러가 풍력·태양광으로 수개월 단위 해양 감시를 하고, 무인잠수정(UUV) 분야에서는 미국 보잉 ‘오르카’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이 기뢰·잠수함 탐지와 정보 수집을 동시에 수행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5가지 시선은 한 작전 안에서 다층적으로 결합된다. HALE가 작전구역 전체를 훑고, MALE가 특정 표적을 끝까지 추적한다. 또 전술정찰기가 좌표를 포병에 흘려보내고, 마이크로 드론이 골목 너머를 들여다보며, SIGINT 자산이 적의 통신 패턴을 입히는 식이다. 이 적층의 결과를 한 화면에 묶어 내는 게 전장관리체계다. 그 위에 인공지능(AI)이 표적 자동식별과 우선순위 산정을 얹는다. 그러나 마지막 한 단계, 그 표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이 풀어야 할 문제다. 다음 회에선 드론을 드론이게 만드는 기술, 영상을 안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짐벌’에 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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