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학생장교 워게임 데이터 ‘군사 AI’ 자료로 축적해야

입력 2026. 06. 23   15:47
업데이트 2026. 06. 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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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54. AI 강군의 진짜 연료는 ‘데이터’

#1 우리 군 교육기관
종이 지도 위에 작전 계획 손으로 적어
다양한 방책·교관 평가 한 번 쓰고 폐기
#2 미 육군지휘참모대학
군사작전 도메인 지식 갖춘 교관·학생
직접 AI 개발, 학습 결과 다시 데이터화
야전 비해 자유로운 교육현장의 데이터
체계적 구축·활용 첨단강군 핵심과제로

우리 군(軍) 교육기관은 지금도 종이 지도를 이어 붙이고, 그 위에 투명 필름을 덮은 뒤 수기로 작전계획을 작성하는 교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학생장교들이 매일 산출하는 다양한 방책과 교관의 평가는 종이 위에서 한 번 쓰이고 사라진다. 한국군 교리와 한반도 지형 위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의사결정 흔적이 매일 생성되고, 매일 폐기되는 셈이다. 같은 시간, 미군은 학생과 교관이 만들어 내는 모든 판단을 미래 군사 인공지능(AI)의 학습 데이터로 흡수하는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정리=윤병노 기자

AI 기반 워게임 결과를 검토 중인 미 육군지휘참모대학(CGSC) 학생 장교들. 출처=미 육군
AI 기반 워게임 결과를 검토 중인 미 육군지휘참모대학(CGSC) 학생 장교들. 출처=미 육군



군사 AI의 핵심은 데이터

거대언어모델(LLM)은 인터넷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조합해 답변을 생성하는 범용 에이전트로서 사회 전반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범용으로 학습된 모델만으로는 군사 분야 의사결정에 즉각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군사 의사결정에 적합한 AI를 개발하려면, 군사 도메인 안에서 만들어지고 검증된 데이터가 별도로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군사작전계획 수립은 임무, 지형, 피·아 가용 전력 등 전장의 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방책을 수립하는 군사적 전문지식을 갖춘 지휘관·참모의 고도로 도메인화된 의사결정 과정이다. 한국군 교리와 전술로 한반도 지형 위에서 검증된 이러한 의사결정 데이터는 누구도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야전에서 사용하는 지휘통제체계에서 유통되는 데이터는 보안상 이유로 AI 학습용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결국 학습 가능한 형태의 정제된 군사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별도의 경로가 필요하고, 현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경로는 교육 현장이다.


미군은 교육 현장을 데이터 생산기지로 바꾸고 있다

미국은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 약 1조 달러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자율·AI 시스템’을 별도 예산 라인으로 분리해 134억 달러를 배정했다. AI가 더 이상 무기체계 사업의 부수가 아니라 독립된 전력 카테고리가 됐다는 신호다.

주목할 사례가 2025년 11월 12일 미 육군지휘참모대학(CGSC)에서 진행된 AI 기반 워게임이다. 32명의 학생장교가 인도·태평양 가상 시나리오 아래 일일 워게임을 수행했다. 워게임은 ‘아군 행동-적 대응-아군 역대응’이라는 모의 전투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AI를 활용한 팀은 약 3시간 만에 주방책과 보조방책에 대한 9회의 모의를 완수한 반면, 기존의 워게임 방식을 고수한 아날로그 팀은 1~2회에 그쳤다. 워게임간 식별한 위험과 기회 요인도 AI 팀이 약 40% 많았다. 특히 AI 워게임은 매회 수백 회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다양한 적 대응과 결과 확률을 함께 산출했고, 이는 아날로그 방식 약 900회에 해당하는 분석량으로 평가됐다.

인상적인 부분은 이 AI 에이전트를 누가 만들었냐는 것이다. 민간 AI 엔지니어가 아니라 군사작전 도메인 지식을 갖춘 교관과 학생장교들이 직접 개발했다. 미 육군이 이미 보유 중인 AI 플랫폼 위에 작전 시나리오·합동교범·미사일 확률표를 입력하고, 사전 검증된 프롬프트 세트를 결합해 군사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한 것이다. 별도의 신규 예산 없이, 준비 기간 1주일이면 충분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렇게 산출된 학생들의 방책과 교관의 평가가 모두 정형화된 데이터로 누적돼 군사 AI 학습 자산으로 축적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 군 또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6년 국방예산 약 65조 원 가운데 ‘AI·드론 기반 첨단강군 육성’이 핵심 투자 방향으로 명시되며, 경쟁력 있는 민간 AI 기업을 유치해 사업을 추진할 외형적 여건은 갖춰졌다. 다만 미군 사례에서 보듯, ‘군사교육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 구축’만큼은 군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기관의 데이터는 앞서 언급한 야전부대 지휘통제체계 데이터에 비해 보안상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군사 AI 학습 자료로도 고유의 우위를 갖는다. 야전 데이터는 일련의 국면에 단일한 결정만이 방책으로 기록되지만, 교육기관에서는 일정한 상황에 대해 교리와 전술을 숙달한 학생장교들이 각종 방책을 제시하고 거기에 교관 평가를 결합한다. ‘통제된 입력 데이터-다양한 출력 데이터-검증된 평가 데이터’라는 이 구조는 의사결정 AI 학습에 유용한 정제된 형태의 데이터다. 한국형 군사 AI 체계를 개발하려 한다면, 바로 이 데이터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축적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


‘현역 장병 모두가 군사 데이터 생성의 주체’라는 의식 필요

CGSC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 군 교육기관도 작전·전술 교육을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각 군 교육기관에서 매일 생성되는 학생장교들의 군사교육 데이터를 AI 학습이 가능한 정제된 형태의 자산으로 축적해 나갈 수 있다. 동시에 교관 평가도 자유서술형 또는 말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구조화된 데이터 형태로 함께 기록해야 한다. 학생의 방책과 교관의 정제된 피드백이 결합한 데이터로 가공될 때 설명 불가능한 블랙박스식 AI가 아닌, 판단의 근거까지 추론 가능한 AI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데이터 구축의 주체는 민간 AI 엔지니어가 아니라, 군사 도메인 지식을 갖춘 현역 장병이 되어야 한다. CGSC 사례에서 보듯 코딩 경험이 없는 학생장교도 AI 기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다. 이제는 코드를 다루는 능력보다 도메인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자동화할지, 어떻게 학습 데이터를 구축할지를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 군 인력 양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방 분야 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전력의 향배를 가르는 과제가 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군은 ‘AI 기반 첨단강군 육성’이라는 기조 아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 위에 현역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곧 국방데이터 생산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데이터’라는 자원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더해질 때 우리 군의 AI 강군 비전은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박혁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박혁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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