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10월 6일, 철의 삼각지대에 포탄이 비처럼 쏟아졌다. 교착된 전선과 지지부진한 휴전회담 속에 시작된 중공군의 대공세. 10일간 27만여 발의 포탄이 떨어지고, 고지 주인이 24번이나 바뀔 만큼 잔혹하고도 치열했던 전투가 바로 ‘백마고지전투’다.
그로부터 74년이 지난 지금, 붉게 물들었던 백마고지는 다시 한번 장병들의 뜨거운 땀방울로 채워지고 있다.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으나 아직 차가운 땅속에 홀로 남겨진 호국영령을 가족의 품으로 모시기 위한 DMZ내 ‘6·25 전사자 유해발굴작전’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우리 진격대대는 지난해 ‘진명산 유해발굴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데 이어 올해 ‘백마고지 유해발굴작전’이라는 숭고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DMZ 내·외곽의 유해발굴작전을 모두 수행하게 된 역사상 첫 번째 대대라는 명예 뒤에는 선배 전우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온전히 이어받아야 한다는 묵직한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다.
유해발굴은 단순히 흙을 파내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한 줌의 흙 속에 묻힌, 우리와 다르지 않은 청춘들의 찬란했던 시간과 마주하는 일이다. 녹슬고 부식된 탄피, 주인을 잃은 빛바랜 전투화, 구멍이 난 수통 하나를 수습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작은 유품 하나가 발견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분들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었고, 다정한 남편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바쳐 지키고 싶었던 든든한 전우였기 때문이다. 유해발굴작전은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가장 숭고한 보훈의 과정이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가파른 암벽이 가로막는 DMZ의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작전 현장의 장병들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혹시나 작은 흔적 하나라도 놓칠세라 무릎을 꿇고 손끝으로 조심스레 흙을 고른다. ‘단 한 분의 호국영령이라도 가족의 품으로 더 모시겠다’는 일념 하나로 삽을 든다.
특히 이번 ‘백마고지 유해발굴작전’은 단순한 군사작전을 넘어 역사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백마고지는 자유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상징적인 터전이며,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평화의 토대가 된 희생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일상 뒤에는 이름 석 자조차 남기지 못한 채 쓰러져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거룩한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호국영웅을 모시는 이 외롭고도 위대한 여정에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아낌없는 응원을 부탁드린다.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