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관님과 상담받은 후로 ‘그래도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고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지난주 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수료를 앞둔 훈련병이 상담을 종결하며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어쩌면 이 한마디가 군 상담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오롯이 말해준다. 낯선 환경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직돼 흔들리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적응이나 능력이 아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그 고군분투를 인정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인 것이다. 집단 속에서 소외되기 쉬운 ‘나’를 존재 그 자체로 바라봐주고, 인격적으로 마주하는 것. 이는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갈 수 있는 소중한 심리적 여백이 된다.
필자는 2021년도부터 36보병사단 직할대 용사들을 마주하며 ‘또래상담병’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그린캠프 전담상담관으로 근무하며, 위기 용사들에게는 전문적인 개입만큼이나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의 지지와 멘토 역할이 절실하다는 것을 통감했다.
이러한 현장의 깨달음은 지난해부터 우리 신병교육대만의 차별화된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통상적인 분대장 교육과정에서 보기 드문 ‘상담기법 및 관계형성 교육’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두 시간에 걸친 교육은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담자의 기본기와 실습(Role-play)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를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부대 안에서 만나는 모든 이가 서로에게 ‘따뜻한 한 사람’이 돼 주는 상담적 관계의 가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주체가 되길 기대하는 발걸음이다.
최근 한 용사는 또래상담병의 말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들려줬다. ‘10개를 다 잘하게 태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10개 중 단 하나만 잘해도 충분하다’는 말이 안정감을 줬다고 한다. 상담병의 진심 어린 격려는 이 용사의 경직된 사고를 유연하게 해주고 회복탄력성을 되찾아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장병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용사와 간부, 동료들이 서로를 상담적 관계로 마주하며 진심 어린 수용과 경청의 태도를 익힌다면 우리 군의 병영문화는 더욱 건강하고 따뜻한 현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한 사람’의 변화가 부대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여정에 함께함은 상담관으로서 큰 보람이다.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확신은 인생을 바꾸는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상담의 지혜를 접한 분대장과 간부들이 각 부대에서 전우들의 든든한 ‘안전 기지’가 돼주기를 소망한다. 필자 또한 상담실의 불을 밝히며 그 귀한 변화의 여정을 묵묵히 동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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