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에 만난 사람 - 김덕배 갑종장교전우회장
나라 위기마다 최선봉 지킨 갑종장교
4만5424명 헌신 원천은 강한 자부심
전역 후에도 사회 중추적 역할 수행
모교 육군보병학교에 강령비 제막
후세에 전통 계승하는 교육의 장으로
호국영웅 선양 전방위적 노력 강조
“부단한 자기 계발 노력” 후배 당부도
‘잊혀짐’은 죽음보다 더 서글프다. 많은 이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데 몰두하는 것은 이 잊혀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리라. 정해진 끝 앞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한 노력은 그래서 더 찬연하다. 최근 대한민국육군갑종장교전우회는 홍보 팸플릿의 문구를 수정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영웅들’이 아닌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영웅들’로 말이다. 1969년 8월 임관을 마지막으로 더는 존재하지 않는 갑종장교들이 그대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김덕배(예비역 육군준장)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갑종장교전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최일선에 나섰던 갑종장교들의 충성과 헌신의 정신이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했다. 글=맹수열/사진=이윤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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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종장교는 국가의 위기 속에서 정예장교를 신속히 양성하기 위해 1950년 1월 창설된 제도입니다. 4년 동안 교육을 받는 사관학교와 달리 갑종장교는 이를 압축해 40주(최초 24주) 만에 엄청난 훈련을 소화하도록 했죠. 이렇게 배출된 갑종장교는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늘 선두에 나서 치열한 전투를 이끌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희생도 뒤따랐죠. 지금의 대한민국은 갑종장교의 희생 위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 회장은 갑종장교의 헌신·희생의 원천은 ‘강한 자부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가장 어렵고 위태로울 때 나라를 지키는 책임을 완수했다”는 이유다.
“국가에 부름을 받고 군문(軍門)에 들어온 갑종장교들은 전쟁은 물론 국군 발전 과정에서 사명을 다했습니다. 수많은 전우가 전장에서 피와 땀을 흘렸고, 생명을 바쳤죠. 전쟁이 끝난 뒤에도 국군 발전과 국가 재건에 참여하며 성장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나라가 가장 필요할 때 ‘나를 따르라’라는 구호를 외친 갑종장교의 자부심은 그만큼 대단하죠.”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4만5424명의 장교 가운데 대장까지 오른 이는 5명에 불과하고, 장성으로 군문을 떠난 사람은 200여 명(0.44%) 정도다. 각종 무공훈장 수훈자가 5300여 명에 달함을 감안할 때 적은 수인 것도 사실. 하지만 김 회장은 갑종장교 출신 전우들이 전역 후 대한민국 각지에서 헌신한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 주목했다.
“갑종장교 전우들은 군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해 장관은 물론 시·도지사, 국회의원, 대학교수 등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전역 후에도 애국과 헌신의 길을 걸어온 것이죠. 갑종장교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갑종장교의 헌신과 희생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갑종장교의 모교’라고 할 수 있는 육군보병학교에 갑종장교전우회 강령비를 제막한 것이 가장 최근의 사례다. 김 회장은 “강령비는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강령비는 갑종장교의 역사와 정신 국가에 대한 사명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상징물입니다. 강령은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의 갑종장교다’라는 선언 아래 건국과 국군 창설의 초석을 다지고 6·25전쟁에서 조국을 수호하며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자유와 평화를 지킨 갑종장교의 발자취가 담겨 있습니다. 또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수호와 번영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도 있죠. 특히 갑종장교 정신의 출발점인 모교에 세워 역사와 전통을 새기고 후배 장교들에게 계승하도록 했습니다. 강령비가 갑종장교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육군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교육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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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개월 차를 맞은 김 회장은 갑종장교 선배 전우들의 호국정신을 계승해 후세에 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업무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나라가 있어야 우리가 있다’는 신념 아래 갑종장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호국정신을 계승해 후세에 전하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정체성을 굳건히 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호국영웅들을 기억하는 보훈 정책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갑종장교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김 회장은 갑종장교뿐만 아니라 모든 호국영웅을 선양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존해 있는 6·25전쟁 참전 유공자 모두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에 기여한 모든 이에 대한 공헌을 균형 있게 조명하는 노력 역시 필요합니다.”
과거 최전선에서 싸워 왔던 갑종장교로서 국가 안보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반도는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로 항시 안보위협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북한의 핵·비대칭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안보환경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까지 겹쳐 국방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비전력 확충과 대비태세 강화가 필수”라며 “전략자산을 통해 핵·비대칭 위협을 억제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김 회장은 군의 대선배로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장병들에게 당부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장병들이 책임감을 바탕으로 강인한 정신·육체 및 군사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지속적인 단련과 부단한 자기 계발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죠.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군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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