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언어 계측기호정보의 세계

입력 2026. 06. 19   16:35
업데이트 2026. 06. 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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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수 준위 육군지상작전사령부 지상정보여단
유호수 준위 육군지상작전사령부 지상정보여단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신호를 외부로 흘린다. 군사적 활동 역시 그렇다. 보이지 않더라도 초저주파, 가청음향, 진동, 전자파 형태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언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해석하는 게 바로 계측기호정보(MASINT)다. 이 데이터베이스(DB)를 얼마나 일찍, 치밀하게 쌓아 올리느냐가 미래 지휘결심의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사례는 데이터 선점과 축적이 가져오는 힘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테슬라는 2014년부터 차량에 자율주행 하드웨어를 미리 탑재해 두고, 기능이 완성되지 않았던 시기부터 이미 모든 주행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해 축적했다. 그 결과 수억 마일에 달하는 방대한 주행 DB를 확보했으며, 지금도 실시간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추가하면서 독보적인 학습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정교한 장비에만 집중했던 경쟁사들은 초기 데이터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래 자율주행 경쟁의 성패를 가른 것은 고성능 센서의 개수가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 시작한 DB 구축과 이를 활용하는 인공지능(AI) 학습체계였다.

이러한 논리는 계측기호정보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제사회는 이미 전 지구적 규모의 네트워크로 보이지 않는 신호를 전략적 자산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이행을 위한 국제감시체계(IMS)는 전 세계에 분산된 관측소를 통해 수십 년간 정량화된 데이터를 생산해 왔다. 이 데이터는 핵실험 감시뿐만 아니라 로켓 발사, 대형 화산 폭발, 대기 중 초음속 비행체 탐지 등 전 지구적 상황 인식에 활용된다.

이제 우리는 독자적인 계측기호정보(K-Masint AI)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단순히 외국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한반도의 복잡한 산악지형과 특수한 해양환경, 사계절의 뚜렷한 기상 변화를 완벽하게 학습한 맞춤형 지능체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은 각종 훈련과 장비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초저주파와 가청음향, 진동신호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제하는 ‘범군적 계측기호 수집체계’를 조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AI는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에 비례해 진화하므로 현재 발생하는 모든 신호가 미래의 안보자산이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도 지금부터 계측기호정보 DB 구축과 AI 모델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쌓아 올리는 데이터 한 조각은 보이지 않는 위협을 먼저 듣고 판단하는 미래 스마트 전장 인식체계의 든든한 초석이 되고, 이러한 선제적 대응이 10년 뒤 대한민국의 안보 경쟁력을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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