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로운 강대국의 기준이 되다

입력 2026. 06. 19   16:23
업데이트 2026. 06. 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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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석 영남대 군사학과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류인석 영남대 군사학과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세계 상위권 경제 규모·첨단 제조업
최상위권 군사력·문화 영향력 보유
새 시대 질서 형성에 책임 있게 기여
강대국 새 기준 제시하는 국가 돼야

 

세계질서의 불확실성과 경쟁이 심화되고,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적 파고가 밀려오는 시대 속에서 대한민국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정학적 충돌 위험은 다시 높아지고 있고, 기술혁신은 국제질서의 권력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대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국가의 위상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기준에서 정의된다. 하나는 군사력·경제력·외교적 영향력과 같은 권력자원 규모에 따라 강대국·중견국·약소국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발전 수준에 따라 선진국·중진국·후진국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전자는 국제정치에서의 영향력과 전략적 선택 범위를 설명하고, 후자는 국가 발전 수준과 번영의 정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두 기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전략적으로는 제한된 역할에 머무는 국가가 있고, 반대로 제한된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특정 영역에서 국제질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도 있다. 결국 국가의 진정한 위상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국제질서 속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전략적 선택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다.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할 질문은 다르다. 대한민국은 강대국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주저해 왔다. 스스로를 ‘강소국’ 또는‘중견강국’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해 왔다. 이는 일정 부분 현실적이고 신중한 자기 인식이었지만, 동시에 우리의 전략적 상상력과 국가적 지향을 제한하는 틀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변했다. 오늘날 강대국은 더 이상 영토의 크기나 인구 규모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기술혁신 역량,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영향력, 네트워크 파워, 규범 형성 능력, 국제 공공재 제공 역량과 같은 복합적 요소들이 국가 위상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강대국은 타국을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라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규칙 형성에 참여하며 공동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새로운 유형의 강대국으로 진입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상위권의 경제 규모, 첨단 제조업 경쟁력, 최상위권의 첨단 군사력, 그리고 세계적 문화 영향력을 동시에 보유한 보기 드문 국가다.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원전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도 선도국과 경쟁하고 있다. K콘텐츠와 K문화 역시 세계인의 인식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군사력 또한 이러한 위상을 뒷받침한다. 대한민국의 첨단 전력과 방위산업 기반은 단지 국가방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외부 강압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국가적 기반이다.

그러나 강대국의 위상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로부터의 인정과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이 결합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강대국은 이름이 아니라 행위로 증명되는 존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지와 방향이다. 대한민국이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국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질서의 형성과 유지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국가로 나아갈 것인지가 핵심이다.

식민 치하의 암울한 시기였지만 일찍이 김구 선생은 부력, 강력, 그리고 문화의 힘을 갖춘 나라를 꿈꿨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국가가 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력의 단순한 축적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통합하는 일이다. 경제력과 기술력, 군사력과 문화력, 민주주의와 국가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강대국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외부의 정의를 기다리는 국가가 아니다. 스스로를 규정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의 질서 형성에 책임 있게 기여하며, 새로운 강대국의 기준을 제시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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