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총, 한 손에 책] 독하게 습관 키우니, 강하게 성장한 우리

입력 2026. 06. 18   17:04
업데이트 2026. 06. 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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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5공중기동비행단 병영도서관 ‘독서 스탬프 투어’

독서는 마치 헌혈과 같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는 이는 드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에 미치지 못했고, 연간 독서량도 2.4권대에 머물렀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조사 응답자들은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된다고 답하며 독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군5공중기동비행단(5비)이 전개하는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한 총, 한 책)’ 프로젝트는 더욱 눈에 띈다.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장병들과 책 사이의 두꺼운 벽을 허물고 자연스럽게 독서문화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5비 해성도서관에서 책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는 장병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임채무/사진=이윤청 기자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장병들이 ‘한 총, 한 책’ 프로젝트의 하나로 참여해 만든 독서 무드등을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장병들이 ‘한 총, 한 책’ 프로젝트의 하나로 참여해 만든 독서 무드등을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나의 ‘독서 MBTI’ 찾아볼까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안내판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병들이 보였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주는 ‘나의 독서 MBTI 찾기’ 프로그램이 마련된 코너였다.

“B형 전략완독형이 나오긴 했는데, A형 힐링휴식형 추천 도서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 같은데? B형 읽은 다음에 A형 추천 도서도 읽어봐.”

선임인 송수현 일병과 후임 이재민 일병은 각자의 유형을 비교하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이 일병은 “읽을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는데,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해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송 일병 역시 “독서 MBTI를 통해 평소 편향된 독서를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더 다양한 책에 접근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만족한다”고 거들었다.

이들에게 독서 MBTI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소통의 창구였다. 송 일병은 “같은 생활관에 책을 읽는 인원은 많아도 각자 책만 읽기 바빴는데, 서로의 독서 유형을 물으면서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일병은 “독서는 혼자 하는 취미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서로 얘기하다 보니 좋아하는 책도 알게 됐고 서로 책을 추천하게 됐다”고 보탰다.


장병들이 이달의 단장 추천 도서인 『거짓의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
장병들이 이달의 단장 추천 도서인 『거짓의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


‘자율형 북클럽’ 토론은 즐거워 

도서관 안쪽 북토크룸에서는 5비가 ‘한 총, 한 책’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한 자율형 북클럽의 첫 모임이 진지한 열기 속에 한창이었다. 권숙경(군무주무관) 도서관리담당이 정성껏 준비한 다과와 커피가 놓인 테이블을 중심으로 7명의 장병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권 주무관은 “인트라넷에서 신청받아 개인들을 한 팀으로 엮어주거나, 마음 맞는 장병들이 직접 조를 짜서 오기도 한다”면서 “현재 계속 팀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클럽 회원들에게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을 나눌 수 있도록 커피와 다과, 그리고 독립된 토론 공간이 지원된다. 모임은 주 1회 이뤄지며 회원들은 사전 자체적으로 정한 룰에 따라 같은 도서를 읽고 토론하거나 각자 다른 책을 읽고 서평을 나누는 등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활동한다.

첫 발표자로 나선 강상현 병장은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꺼내 들었다. 강 병장이 “인간이 언제나 자신에게 이로운 것만 택한다면,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라며 주인공이 합리주의와 공리주의에 던진 비판적 시각을 풀어내자, 참석자들의 표정은 한층 진지해졌다. 동료들은 강 병장의 진솔한 도서 평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수첩에 메모하며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승원 일병이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를, 이재혁 상병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을 주제로 견해를 나눴다. 이 상병은 “입대 후 책을 더 깊이 있게 읽고 싶었는데 막상 혼자 읽으려니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인트라넷 게시판에서 북클럽 모집 글을 보고 동참하게 됐고, 요즘은 생활관에 마련된 독서실에서 틈틈이 책을 보며 모임을 준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병들이 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독서 MBTI로 자신의 독서 유형을 알아보고 있다.
장병들이 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독서 MBTI로 자신의 독서 유형을 알아보고 있다.


‘나만의 독서 무드등’ 만족도 최고 

북클럽이 끝나자 도서관에서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바로 ‘나만의 독서 무드등’ 프로그램이었다. 장병들은 권 주무관이 준비한 키트를 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독서 무드등을 만들고 있었다.

장병들은 키트 안에 담긴 다양한 글귀와 그림 도안을 활용해 각자의 개성을 아크릴판에 새겨 넣었다. 김성현 일병은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넌 잘하고 있어’라는 문구를 정성스레 적어 내려갔다. 주말부부로 지내는 박석현 대위는 책을 즐겨 읽는 아내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어린 왕자』 도안을 선택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지섭 일병은 마음에 드는 글귀와 꽃 그림을 조합해 풍성한 작품을 완성했다. 이들은 직접 만든 무드등이 일과 후 개인 정비 시간의 독서 몰입도를 한층 높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스탬프 완성하니 포상 휴가는 덤 

이날 도서관에서는 이달의 단장 추천 도서인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을 읽고 독서 스탬프를 적립하는 장병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5비는 한 총, 한 책 프로젝트를 부대 환경과 MZ·Z세대 장병에게 맞게 ‘독서 스탬프 투어’라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획해 지난 4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투어는 장병들이 총 9개로 이뤄진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탬프를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앞서 살펴본 독서 MBTI, 북클럽, 무드등 만들기를 비롯해 △국회부산도서관 견학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독서하는 ‘폰 OFF, 책 OPEN’ △독서코칭 △도전! 독서골든벨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됐다.

참여 독려를 위한 포상도 파격적이다. 최우수 참가자 10명에게는 2일의 포상 휴가가 주어지는데, 휴가 중 반드시 지역 도서관이나 도서 행사를 방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프로그램의 의미를 살렸다. 우수 참가자 20명에게도 평일 외출 2일이 부여된다.

권 주무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5개월에 걸쳐 장병들의 독서 습관과 루틴을 형성하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는 성취감과 재미를 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근신(준장)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장
강근신(준장)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장


인터뷰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장 강근신(준장)

독서가 곧 ‘생각의 근육’…내면의 코어 다지는 힘
스스로 절제하고 시간 관리하는 성실함 단련
책 매개로 대화하며 계급의 벽 허무는 역할도


“불확실의 연속인 전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순간적으로 리스크를 분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군인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바로 독서입니다. 우리 부대가 ‘한 총, 한 책’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강근신(준장)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장은 최근 부대 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 총, 한 책’ 프로젝트의 든든한 조력자다. 강 단장은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특히 그는 독서를 단순한 교양의 영역을 넘어 군인의 본연인 전투 준비 태세를 확립하는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호나우두의 무회전 킥의 비결은 발끝의 기술이 아니라 탄탄한 코어(Core) 근육에 있습니다. 군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행 훈련, 정비 등 다양한 임무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게 만드는 내면의 코어가 바로 독서의 힘입니다. 스스로를 절제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성실함 없이는 독서할 수 없기 때문이죠.”

강 단장에게 독서는 장병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훌륭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는 전입 신병 교육 시간마다 “군대에 있을 때만큼 자기를 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10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보라고 권유한다. 스마트폰과 경쟁에만 익숙해진 장병들에게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러한 강 단장의 진심은 부대 곳곳에서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이·계급을 떠나 책을 매개로 대화하며 서로의 벽을 허물고 있어서다.

“장군이라고 하면 보통 병사들은 긴장하기 마련인데, 책 이야기를 꺼내면 경계심이 금세 풀립니다. 이런 과정에서 병사들의 고충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어 부대 관리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부대 독후감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병사들과 점심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눈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죠.”

다독가로 알려진 강 단장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책이 놓여 있다. 컴퓨터가 부팅되는 짧은 시간이나 전화를 거는 순간에도 틈틈이 책을 편다. 이런 모습을 아는 부대원들은 병사부터 간부까지 계급을 떠나 그에게 추천 도서를 묻는 일도 잦다.

최근 강 단장이 부대원들에게 ‘이달의 단장 추천 도서’로 소개한 책은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 내면의 악을 정면으로 파고든 이 책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조직 문화를 돌아보는 데 큰 통찰을 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자는 인간의 악을 직접 들여다보아야만 비로소 치유의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악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거나 교만을 방어기제로 삼는다는 분석은 우리 군 조직 내의 경직성이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강 단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독서가 주는 ‘성취감’을 재차 강조했다.

“독서는 누구에게나 도전입니다. 분량을 떠나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었다는 작은 성공의 경험은 장병들이 군 생활은 물론 전역 후 인생의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 강력한 자신감이 될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군대만큼 책을 볼 수 있는 곳도, 시기도 많지 않습니다. 꼭 독서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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