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에서 국방획득 업무를 수행하며 마주한 데이터들은 단순한 수치의 집합이 아니었다. 2006년 개청 이래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수많은 실무자의 열정과 우리 기업이 쏟아 낸 땀방울이 숫자로 치환된 ‘역사의 기록’이다.
이제 성년이 된 우리 청의 지난 20개년(2006~2025년)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로 K방산이 거둔 눈부신 성공의 원동력을 과학적으로 복기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
방산수출은 지속적인 국방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해 생산성을 갈고닦아 온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발자취를 정책적 지혜로 바꿔 보려 한다.
첫째, 지속적인 국방 연구개발 투자로 준비된 기초체력이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외생적 충격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규명하는 것이다. 최근의 수출성과를 단순히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외부적 요인으로만 치부하는 건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그간의 연구로 우리가 묵묵히 쌓아 온 기술자산이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라는 외생적 충격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기록적인 성과로 이어졌음을 실증하려 한다.
둘째, 우리 방산기업들이 수출시장에 등판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수출장벽’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수출기업은 비수출기업에 비해 고용, 임금, 생산성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한 ‘수출 프리미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 방산기업들에도 이러한 프리미엄이 존재하는지, 우수한 잠재력을 갖추고도 초기 진입장벽과 높은 매몰비용 때문에 해외시장에 도전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실증하려고 한다. 이런 실증적 토대 위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기업의 매몰비용을 보전하고 장벽을 낮춰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하는 ‘기회의 사다리’가 돼야 할 것이다.
셋째, 정책 투입과 성과 발생 사이의 ‘시차’를 규명하는 것이다. 연구개발 착수부터 실질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초점을 맞춘 전문기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정책 투입 후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과학적으로 예측함으로써 정책 결정자들에게 ‘지금 무엇을 심어 언제 거둘 수 있는지’ 정교한 정책시간표를 제공해야 한다.
데이터는 과거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다. 20개년의 방대한 기록 속에 숨겨진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구과정이 방산이란 거대한 함선이 거친 파도를 넘어 세계시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와 나침반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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