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체계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해 고도화·첨단화·지능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기술적 불확실성과 위험 역시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방위사업구조는 이런 기술적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무기체계 개발은 체계공학과 MIL-STD-882E(미 국방 ‘시스템안전표준’) 기반의 체계안전활동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으나 기술위험평가는 대부분 개발 주관기관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객관성과 독립성이 부족하며 사업 지연, 비용 증가, 성능 미달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고난도 무기체계 개발에서는 기술 성숙도와 통합위험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대안으로 독립적 기술위험평가(ITRA·Independent Technical Risk Assessment)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ITRA는 개발기관이나 사업관리조직과 독립된 제3의 전문기관이 기술 성숙도, 설계 완성도, 통합위험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이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주요 의사결정 단계에서 핵심 입력자료로 활용되는 전략적 도구다.
미국의 무기체계 개발은 미 국방부(전쟁부)가 ITRA를 통해 무기체계 획득사업의 기술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단계별(Milestone A·B·C)로 평가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사업 지속 여부 판단에 직접 반영한다. 이러한 제도는 의사결정의 신뢰성을 높이고, 사업 성공률을 향상시키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체계안전제도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기술위험의 독립평가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방위사업청(방사청)을 중심으로 ITRA 제도를 도입해 제도화하고 무기체계 개발조직 및 프로젝트 매니저(PM)와 분리해 제3의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평가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차, 자주포, 대공무기, 유도무기, 무인무기체계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고난도 기술이 적용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제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방사청 고시(告示)로 ITRA의 정의, 적용범위, 수행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체계공학 및 체계안전 데이터의 표준화를 병행해야 한다. 더불어 국방기술품질원 등 기존 기관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독립 전문기관을 구성해 새로이 개발되는 무기체계 평가의 전문성과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
ITRA 제도 도입은 무기체계 개발에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기술위험을 조기에 식별함으로써 개발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셋째, 국제 수준의 기술위험관리체계를 확보함으로써 K방산의 범세계적 신뢰도를 강화할 수 있다.
무기체계 개발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ITRA 제도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핵심 도구이며, 국방획득체계 선진화를 위한 필수요소다. 방사청을 중심으로 정책적 기반을 구축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평가체계를 마련할 때 우리 방위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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