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임관해 첫발을 내디뎠던 곳, 소위 시절 긴장된 마음으로 마주했던 최전방의 차가운 공기는 14년이란 세월이 지나 다시 마주해도 여전히 매서웠다. 당시 이곳 일반전초(GOP)에서 소초장과 감시초소(GP)장, 수색중대 부중대장으로서 가파른 능선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기억이 난다. 지금보다 좋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조국을 지키겠다는 뜨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었다. 특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우애는 이후 어느 부임지에 있어도 마음 한구석 진한 그리움과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현재는 영관장교가 돼 군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에서 작전과장으로 임무를 수행할 기회가 생겨 다시 GOP대대로 오게 됐다.
돌아와 놀란 부분은 14년 전에는 육안과 청력에 의존해 불철주야 경계작전에 매진했다면 지금은 첨단 감시의 눈이 생겨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편리함을 넘어 국가적으로는 인구절벽에 대응하고, 작전의 정교함을 높이며, 장병들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화려한 변신보다 마음을 더 뜨겁게 만든 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장병들의 끈끈한 전우애와 사명감이었다. 서로의 등을 지켜 주는 매서운 눈빛만큼은 14년 전 곁에 있었던 전우들과 똑같았으며, 단절된 공간에서 오직 전우만을 믿고 의지하며 경계작전에 임하는 이들의 사람 냄새 나는 온기는 여전했다. 세월이 지나 사람과 장비는 바뀌었어도 우리가 이곳에 서 있는 이유는 절대 변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돌아온 GOP는 분명 더 스마트해졌지만, 그 중심에는 변함없이 뜨거운 가슴을 가진 전우들이 있었다. 과거의 나처럼 청운의 꿈을 품고 이곳을 지키는 후배 장병들이 있기에 오늘도 대한민국은 평온한 일상을 누린다.
과거 소초장, GP장으로서 현장을 발로 뛰며 지켰던 이 땅을 이제는 작전과장으로서 초급장교 때보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수호하고자 한다. 14년의 세월은 계급장을 바꿔 놨지만, GOP의 밤을 밝히는 장병들의 뜨거운 진심은 예나 지금이나 이 가파른 지형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곳을 먼저 거쳐 간 선배로서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육군7보병사단 멸공대대에는 장병들에게 투영하는 슬로건이 있다. ‘즐겁게 임무를 수행하면 열심히 하게 되고, 올바르게 임무를 수행하면 잘하게 된다’. 강하고 승리하는 멸공대대 대원으로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외쳐 본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