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실감형 정신전력교육’ 현장을 가다
앞·뒤·좌·우·바닥 채운 압도적 영상
총탄 쏟아지고 F-35 전투기 날아올라
VR 고글 쓰고 다부동전투 간접 체험도
눈 뗄 수 없는 생생함…교육 효과 ‘톡톡’
체험관 1관은 지난해, 2관은 1월 개관
교육 대상도 소대서 전 훈련병으로 확대
실감형 교육 후 긍정적 변화 수치로 나타나
“군인의 임무 내면화하는 것 궁극적 목표”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공간은 말없이 인간의 행동과 태도를 형성한다”고 했다. 특정 집단의 사람이 어떤 공간·환경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생각과 사고방식은 천차만별로 바뀐다. 이 말은 우리 군, 그중에서도 정신전력교육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발전하는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고, 다시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활용하려는 노력에 눈이 가는 이유다. 육군훈련소의 ‘실감형 정신전력교육’이 대표적이다. 훈련병의 안보관·군인정신 확립을 위해 기존 강의식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상현실(VR) 기반 전장체험과 파노라마 콘텐츠를 더한 것. 그 생생한 현장을 찾았다. 글=최한영/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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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현장, 적의 위협 등 눈앞에 나타나
지난 11일, 육군훈련소 내 정신전력체험관에 훈련병들이 들어섰다. 체험관 1관에 입장한 훈련병들은 앞에 놓인 VR 고글을 착용하고 교관 설명에 따라 컨트롤러 조작을 시작했다. 미군, 국군, 학도의용군 중 한 명을 선택한 훈련병들은 6·25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로 꼽히는 다부동전투에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가 적에 맞서 용맹하게 싸우는 장면을 간접 체험했다. 눈앞에 표시된 다부동전투 주요 전사(戰史)와 의미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박혔다.
옆에서는 요즘 시대를 살던 청년이 갑자기 6·25전쟁 당시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콘텐츠가 전면과 좌우 스크린에 상영됐다. 훈련병들은 적 전차의 공격, 쏟아지는 총탄을 이겨내고 임무를 완수한 선배 전우의 헌신을 생생히 목격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군 생활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보였다.
체험관 2관에서는 현대전에서 생길 수 있는 대표적 위협인 △포탄 낙하 △무인기 공격 △핵 공격 체험이 이뤄졌다. 후면과 바닥까지 스크린으로 이용한 2관에서는 1관보다 더욱 실감 나는 장면들이 펼쳐졌다. 적이 보유한 공격무기에 대응해 우리 군이 보유한 K9 자주포, F-35 전투기, 현무5 지대지 탄도미사일에 미군 B-2 폭격기 편대까지 등장하며 적의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초토화하는 대목에서는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도 체감했다.
이상열(대위) 교관이 영상 시청을 끝낸 훈련병들에게 소감을 묻자 “적이 발사한 핵·미사일을 우리 군이 격추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무인기가 다가올 때 내가 무력화해서 옆에 있는 전우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위는 “전쟁이 과거의 일이 아니며 지금도 대한민국을 둘러싼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가족과 내 옆의 전우를 지키기 위해 전투복을 입은 여러분의 헌신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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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면 파노라마관에서 몰입형 콘텐츠 체험
육군훈련소는 지난 1월 정신전력체험관을 개관해 실감형 정신전력교육을 전면 적용하고 있다. 훈련병들이 전장 상황을 간접 체험해 전투복을 입고 있는 이유를 스스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VR 기기와 3면(전면·좌·우) 파노라마관을 보유한 1관은 지난해 4월 개관, 1개 교육대별로 1개 소대 대상 시범 적용을 해 왔다. 올해 1월에는 5면(전면·후면·좌·우·바닥) 파노라마관이 들어선 2관이 개관하며 교육 대상이 전 훈련병으로 확대됐다.
교육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을 인식하고 그 실체를 파악하는 강의식 교육을 시작으로 △스스로 생각한 다음 설명하는 참여형 토의교육 △6·25전쟁 다부동전투 체험 △북한군 도발상황 5면 파노라마 체험 △교관 강평으로 이어진다.
최승호(대위) 교관은 “적의 실체를 머리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배 전우들의 군인정신을 체감하고, 현 안보위협을 몰입형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게 설계했다”며 “훈련병들이 수료 후 각 부대에서 맡을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5면 파노라마 기반 몰입형 콘텐츠는 육군훈련소가 훈련병들의 안보관 확립을 위해 선도적으로 도입한 시스템으로 꼽힌다. 훈련병들은 실제 전장을 재현한 파노라마관에서 콘텐츠를 체험하며 전장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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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정신전력 점수 상승 등 효과 확인
실감형 정신전력교육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국방정신전력원과 경인교육대학교가 주관한 ‘신병 정신전력교육 효과 분석 연구’ 결과 교육 전·후 훈련병들의 정신전력 평균(5점 만점)은 3.84에서 4.16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직후에 점수가 일시 상승한 것이 아니라 6주 훈련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데브크라가 주관한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효과측정 연구’에서 교육 전·중·후 훈련병의 심박수와 뇌파 점수, 발화 길이 등을 측정한 결과 VR 교육에서는 가치관 신념화, 파노라마 체험에서는 군 복무 태도 변화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훈련병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캐나다 복수국적자임에도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입대한 이 마틴마위니 훈련병은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파노라마관에서 이뤄진 체험형 교육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졌다”며 “훈련소 수료 후 일선 부대에서 맡을 임무에 대비하거나 안보관을 확립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확장현실(XR) 기반 교육도 예정
육군훈련소는 확인된 교육 성과와 조성한 교육시설을 바탕으로 신규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새로 제작할 콘텐츠는 훈련병들이 위협을 단순히 지식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규 콘텐츠에는 영상·음향 콘텐츠와 연동해 바람, 진동, 연무, 조명 등의 효과까지 실시간으로 구현한 4D 시스템을 적용한다. 사용자 움직임과 음성·위치·시선 등을 인식해 영상, 음향, 조명 등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멀티모달 인터랙티브’ 기술도 접목한다. 이를 통해 보는 교육을 넘어 듣고, 느끼며, 반응하는 참여형 정신전력교육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신전력체험관 내에 확장현실(XR) 체험존을 구성해 ‘갤럭시 XR’ 기반 정신전력교육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XR 기반 정신전력교육 콘텐츠로는 전·사적지 답사, 드론 조종을 포함한 현대전 체험 등을 연구 중이다. 이를 통해 훈련병들의 교육 몰입도를 높이고, 수료 후 임무를 사전에 입체적으로 체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장형준(중령) 정훈실장은 “정신전력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훈련병이 적의 실체와 군인의 임무를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라며 “첨단기술을 이용해 훈련병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내면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육군훈련소는 올해 훈련병 900명을 대상으로 실감형 정신전력교육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보완사항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훈련병들이 군인정신을 함양할 토대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훈련병들이 좀 더 나은 공간에서 몰입하며 교육받을 수 있는 ‘정신전력교육센터’ 설립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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