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부족’보다 ‘상상력 부족’이 더 위험하다

입력 2026. 06. 17   16:14
업데이트 2026. 06. 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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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
존 앤털 '넥스트 워(Next War)'
John Antal. 2023. Next War: Reimaging How We Fight. Casemate Publishers. pp. 240.

  

 

존 앤털의 『넥스트워』는 미래전 모습을 전망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현대전의 변화를 진단하는 군사전략서다. 저자는 미 육군 기갑장교 출신으로 30년 이상 복무한 군사전문가이며, 최근에는 드론과 인공지능, 다영역작전, 군사혁신 분야를 집중 연구해 왔다. 특히 『7 Seconds to Die』를 통해 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을 분석하며 드론이 전쟁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설명했는데 『넥스트워』는 이러한 연구를 더욱 확장해 미래전의 핵심 특징과 군사혁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전을 단순히 첨단무기 발전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쟁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의지와 전략에 있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책의 첫 장 제목이 ‘상상력의 실패’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진주만 공격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사고실험’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그는 일본군이 1941년 진주만 공격 당시 실제 역사보다 훨씬 과감한 방식으로 자폭공격을 실시했다면 태평양전쟁 양상이 크게 달라졌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미래전의 승패가 무기 숫자보다 새로운 전쟁 방식을 얼마나 먼저 상상하고 적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는 “현대전에서 상상력의 실패는 당신을 죽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과거 전쟁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거나 현재의 전쟁방식이 미래에도 통용될 것이라고 믿는 순간, 군대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지 못한 채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최근 전쟁 사례들을 분석한다. 특히 2020년 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2021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미래전의 전조로 평가한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은 드론과 전자전, 사이버전, 정밀타격체계를 결합해 방어 측인 아르메니아군을 압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표적분석 체계를 운용, 신속한 의사결정과 정밀타격을 구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위성, 드론, 장거리 정밀타격체계, 상업용 정보망이 결합되면서 역사상 가장 기술집약적인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저자는 이들 전쟁이 모두 미래전의 공통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의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드론을 발사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러시아 국방부 제공)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의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드론을 발사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러시아 국방부 제공)


그가 이러한 분석을 통해 도출한 것이 바로 미래전을 변화시키는 9개의 교란요인(Disrupters)이다. 여기에는 △투명한 전장 △선제타격 우위 △인공지능과 전쟁속도 △무인공중공격 △완전자율무기 △슈퍼군집 △킬웹 △전장 시각화 △결정우위가 포함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요소를 각각 독립된 기술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하나의 연결된 체계로 작동하며 미래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개념은 ‘투명한 전장’이다. 실제로 2장은 전적으로 이 개념을 설명하는 데 할애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전장은 더 이상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위성, 드론, 레이다, 전자정보 수집체계, 통신망, 인공지능 분석체계가 서로 연결되면서 전장의 거의 모든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탐지되고 있다. 그는 이를 ‘깜빡이지 않는 눈’이라고 표현한다. 과거에는 숲과 산악, 야간, 기상조건이 은폐와 엄폐를 가능하게 했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자연적 장애물조차 탐지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표 사례는 2014년 우크라이나 젤레노필리아전투다. 러시아군은 드론과 전자정보 수집체계를 활용해 우크라이나군 위치를 파악한 뒤 장거리 로켓 공격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결지에서 단 몇 분 만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더 이상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오늘날 전쟁에서는 휴대전화 신호, 무전기 전파, 차량의 열 신호, 엔진 소음, 전자장비의 전자파 등 모든 것이 탐지 대상이 된다. 한번 탐지된 표적은 곧바로 정밀타격체계와 연결된다.

투명한 전장을 구성하는 요소는 단순히 광학 영상만이 아니다. 저자는 현대 센서가 광학신호, 열신호, 전자신호, 음향신호, 양자신호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동시에 수집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미래전에서 중요한 것은 적을 발견하는 능력뿐 아니라 자신을 숨기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스킹(Mask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마스킹이란 적의 센서와 표적획득체계를 기만하고 방해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그는 마스킹을 21세기 전쟁의 새로운 원칙으로까지 평가한다.

러시아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주민들이 손상된 건물을 수리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러시아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주민들이 손상된 건물을 수리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저자는 또한 미래전의 궁극적인 목표를 적 병력의 물리적 섬멸이 아니라 적의 의사결정 체계를 마비시키는 데 있다고 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전투충격’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전투충격이란 다양한 교란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적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없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현대전을 “팔에 총알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가격하는 것”에 비유한다. 즉 미래전의 핵심은 적 전차를 몇 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지휘통제체계를 마비시켜 조직 전체를 무력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첨단기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전쟁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통합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드론, 인공지능, 자율무기, 위성, 전자전은 각각의 기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센서-지휘통제-타격체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미래전의 승패는 더 많은 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게 탐지하고, 더 신속하게 판단하며, 더 정확하게 타격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이 책은 기술결정론적 성향이 다소 강하며 정치·전략적 차원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넥스트워』는 미래전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저작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드론이나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서가 아니라 ‘투명한 전장 시대’에 군대가 어떻게 사고하고 적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군사혁신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듯 미래전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상상력의 부족이며, 미래의 승자는 가장 강한 군대가 아니라 가장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군대가 될 것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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