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대한민국.” 최근 이 말이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도, 외교도, 안보도 대한민국이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선언이다. 그 말을 들으며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질문이다. “육군본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가?” 그 답을 찾는 일이 재임기간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군조직은 언제나 과업의 홍수 속에 있다. 해야 할 일, 해 왔던 일이 켜켜이 쌓인 그 가운데서 정작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은 어딘가에 묻혀 버리기 일쑤다. 육군본부의 에너지를 오직 본부 차원에서만 가능한 업무에 집중시키고자 했다. 야전부대가 할 수 있는 일, 예하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히 내려보냈다. 야전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는 오해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것이 조직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믿었다.
당시 함께했던 육군본부 주임원사도 같은 철학으로 움직였다. 그는 ‘대체불가 부사관’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그 타이틀에 걸맞은 부사관을 선발하고 육성하는 과업을 직접 설계하고 추진했다. 전문성과 헌신으로 무장해 그 자리에 그가 없으면 아무도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는 부사관, 그것이 그가 꿈꾸는 군의 척추였다.
대체불가가 되려면 역설적으로 먼저 버려야 한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지되는 관행, 누군가 하면 되니까 내가 하는 업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낡은 방식, 이것들이 대체불가의 가장 큰 적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말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면 먼저 낡은 것을 체계적으로 폐기하라.” 군도 다르지 않다. 대체 가능한 일을 과감히 놓아 버릴 때 비로소 대체불가의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리더만이 조직을 진정한 대체불가의 자리에 세울 수 있다.
대체불가의 존재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내 위치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남이 대체 가능한 업무를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익숙하고 잘하는 일이라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면 과감히 넘겨야 한다. 그 빈자리에 오직 자신만이 채울 수 있는 일을 가져다 놓을 때 비로소 대체불가의 존재로 서게 된다.
둘째,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것을 아는 사람은 대체 가능하다. 드론 운용 전문가라면 단순 조종을 넘어 전술 통합운용까지, 군수장교라면 보급 행정을 넘어 전시 근무지원체계 설계까지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는 자가 대체불가가 된다.
셋째, 자신의 역할 경계를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 ‘이 일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영역을 스스로 개척하고 그 역할을 조직 안에 각인시켜야 한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결국 대체불가인 개인과 조직이 모여야 완성된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오늘 내가 맡은 자리에서 “나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군의 모든 기관과 개인이 낡은 것을 버리며 고유한 역할에 집중할 때 대한민국 군은 그 자체로 대체불가의 존재가 될 것이다. 강한 군대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반문해 보라. 나는, 혹은 내 부대는 대체불가한 존재인가. 그 질문이 당신을 대체불가의 존재로 바꾸는 첫 번째 디딤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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