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2함대 작전해역은 정전 이후 실제 전투가 수차례 벌어졌던 곳이다. 서해는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작전을 펴는 곳이기에 우리는 항시 ‘출전’이란 생각으로 철통같은 경계임무를 수행한다.
연평도 해역은 선배 전우들이 피로 지켜 낸 승리와 투혼의 바다다. 1999년 제1연평해전의 압도적 승리부터 2002년 기습도발에 맞서 마지막까지 조국의 바다를 사수한 제2연평해전의 영웅들까지. 이들의 목숨 건 격전 덕분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완벽히 지킬 수 있었다.
제1·2 연평해전의 중심에는 항상 고속정이 있었다. 거친 서해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 내며 NLL을 실질적으로 사수하는 주역이 바로 고속정 장병들이다.
고속정 정장이란 직책은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르기도 한다. 내가 내리는 판단이 승조원의 안전과 함정의 임무 수행, 나아가 작전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매 순간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임한다.
“포연탄우 생사 간에 부하를 지휘할 수 있는가?” 사관학교 시절부터 수없이 듣고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군 생활을 시작한 지 11년이 지난 지금, 첫 지휘관 직책을 맡으며 다시금 이 질문과 마주한다. 연평해전의 주역들처럼 위급 시 나를 기꺼이 희생할 수 있을까? 그 순간 나의 리더십으로 우리 대원들을 그렇게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사실 그 누구도 100% 확신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원들과 함께 서해수호관을 견학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2함대 고속정에 근무하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훨씬 웅장하고 묵직한 울림이었다. 곁에 있던 대원들의 눈빛도 다르지 않았다. 그날 느낀 전율이야말로 유사시 우리 모두가 망설임 없이 조국의 바다를 위해 헌신할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좁은 고속정 안에서 살을 부딪치며 가족보다 더 붙어 지내는 우리 대원들은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평소엔 장난기도 많고 마냥 해맑은 대원들이지만, 출전임무 중 상황이 발생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그들이 이미 서해를 수호할 모든 준비를 마쳤음을 지휘관으로서 체감한다.
선배 전우들이 피로 지켜 낸 투혼의 바다를 굳건하게 하는 것,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 우리 대원들을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귀향시키는 것. 이 두 가지야말로 정장에게 부여된 가장 준엄하고 숭고한 사명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믿음직한 대원들과 함께 자부심을 품고 서해 최전선을 향해 당당히 출전한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