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스타를 만나다
리센느, 개성·기획·행운이 맞물린 흥행
거제 출신 리더 원이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일본인 멤버 미나미 출연해 외친 멘트 ‘대히트’
구독자 89만 명 돌파하고 2024년 발표곡 역주행
제나·메이·리브도 콘텐츠로 개성 알리기 성공
다음 달 발표 예정 새 디지털 싱글에 관심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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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야호~!” 2026년 상반기 디지털 동산에서 끝없이 메아리치는 소리가 현실로 넘어오고 있다. 걸그룹 리센느의 리더 원이를 중심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에서 갸루 양식을 따라 분장한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처음 이 대사를 내뱉었을 때만 해도 이 단락이 올해를 강타하는 밈이 될 줄은 몰랐다. 일본에선 일상 속 인사로 가볍게 쓰는 표현이 우리에게는 모든 갈등과 번뇌를 사라지게 하는 헛웃음과 맥 빠짐의 정서로 다가오며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농담은 숏폼 플랫폼을 타고 순식간에 거대한 바이럴 히트를 만들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89만 명을 훌쩍 넘겼다. 경남 거제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상경한 원이와 ‘갸루 귀신’으로 불리는 미나미, 다음으로는 ‘신라공주’라는 별명의 팀 막내 제나와의 사투리 콘텐츠가 이어졌다. 팀의 두 멤버 리브와 메이를 소개하는 영상도 공개 이틀 만에 400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 흥행은 음원 성적으로도 이어진다. 2024년 8월에 발표한 노래 ‘러브 어택(Love Attack)’이 2년이 넘은 지금에야 국내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크게 소리 내 외치기 전에도 리센느는 인지도를 갖춘 팀이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은 리센느는 향기로 기억을 다시 부르고 향수를 만드는 프루스트 효과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룹을 표방하며 활동을 펼쳤다. 이들의 음악은 소리의 융단폭격, 세상과 맞서는 강인한 주체성, 슈퍼스타의 운명을 즐기는 오늘날 걸그룹의 문법과는 다르게 멜로디를 중심에 두고 공감각적 일치로 나아갔다. 뉴진스의 대성공과 ‘큐피드’의 피프티피프티가 증명한 새로운 공식을 토대로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기보다 나이에 맞는 깨끗한 가창을 지향하고, 하나의 튀는 목소리가 아니라 멤버 전원이 톤과 호흡을 일치시켜 자연스러운 표현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전략이다. 보컬그룹 하이브로우 출신의 이주헌 대표가 프로듀싱을 맡아 음악의 기틀을 먼저 잡고, 그룹 정체성에 맞는 곡을 수급해 가져왔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2024년의 첫 번째 미니앨범 ‘신드롬(SCENEDROME)’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음악에 있었다. 현재 차트에서 승승장구하기 전에도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빌드업과 환한 멜로디 훅을 대비한 ‘러브 어택’, R&B 톤을 강조한 더블 타이틀곡 ‘핀볼(Pinball)’은 K팝 팬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후 그룹의 개성을 살린 ‘글로 업(Glow Up)’ ‘데자뷔(Deja Vu)’ ‘블룸(Bloom)’ ‘비지 보이(Busy Boy)’, 가장 최근의 ‘러너웨이(Runaway)’까지 몇 개월 단위로 꾸준히 곡을 발표하고 전국 곳곳의 무대를 누비며 팀의 개성을 알리고자 성실히 활동해 왔다. KFN TV ‘위문열차’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그룹으로도 익숙하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리센느라는 그룹은 기획을 증명하는 준수한 음악과 활발한 홍보로 잠재력을 터트린 팀처럼 들린다. ‘역시 좋은 음악은 언젠가 빛을 본다’는 익숙한 고진감래 서사다. 유튜브의 성공공식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히려 ‘러브 어택’의 경우 과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해 곡의 퀄리티와 별개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되고 일치된 목소리는 개별 곡으로의 매력은 끌어올렸을지 몰라도 K팝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개별 멤버들의 매력과 그룹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가 유명 유튜브 채널을 다수 운영하는 제작사 솔파스튜디오에 러브콜을 보내 ‘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를 론칭한 까닭이다.
도전의 결실 역시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왔다. 다수의 유튜브 웹 예능에 출연하며 다진 원이의 초기 캐릭터는 개그맨 이선민, 강사 정일영과 같은 삼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착한 걸그룹 소녀였다. “거제 야호~!”의 반향은 주체성에서 왔다. 자기주장을 펼치기 어려운 밀도의 음악과 타인의 인지도에 의존하던 콘텐츠 흐름 속에 심드렁하게 ‘야호’를 외치는 미나미의 등장은 고향 거제시를 향한 애정을 경상도 사투리라는 정체성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한국의 미디어 환경에서 사투리를 구사하는 어린 여성은 ‘오빠야’ 등의 성애화된 표현을 강요받거나 미성숙한 ‘촌사람’ 혹은 귀여운 소녀 역할을 해야 한다.
유튜브 채널 제작진의 결정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시골 동네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주인공을 그린 일본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갸루와 거제 소녀’의 이미지를 대비하고, 고향 방방곡곡을 누비며 듬뿍 사랑받는 당찬 멤버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콘텐츠를 시청하는 팬들은 일말의 차별이나 불쾌감 대신 아련한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성공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바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동병상련을 느끼고 팀을 응원한다. 원이를 중심으로 언어천재 미나미가 갸루 콘셉트를 소화하며 인기에 불을 붙였고, 사투리를 쓰는 막내 제나와 수도권 출신의 메이·리브 역시 콘텐츠로 개성을 새기는 데 성공하면서 리센느는 비로소 그룹과 함께 개인의 이름도 알리게 됐다.
개성과 기획, 행운이 맞물린 흥행은 데뷔 3년 차를 맞은 리센느에 가장 바쁜 나날을 선사하고 있다. 거제시 공식 홍보대사로 시작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 지역행사 및 축제·광고 러브콜이 쏟아진다. 동시에 과제도 명확하다. 구체적인 기획으로도 이루지 못했던 노력이 채널의 즉흥적인 한 장면으로 보상받았다. 무대 위의 아이돌이 아니라 무대 밖의 캐릭터가 팀을 띄운 것이다. 차트에서 역주행하는 곡은 최근 발표곡 ‘러너웨이’가 아니라 여전히 2년 전의 ‘러브 어택’이다. 작금의 인기를 3개월 정도로 본다는 원이의 판단이 정확하다. 밈의 수명은 짧고 알고리즘의 호의는 변덕스럽다. 소란이 가라앉은 자리에서 리센느가 그들의 다음 장면을 7월의 리메이크 디지털 싱글로 들려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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