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들고 AI로 운용·지휘하는 ‘유령함대’

입력 2026. 06. 10   16:32
업데이트 2026. 06. 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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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무기의 세계]
‘해검’ 무인수상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현대전에서 유·무인 복합체계가 대세로 떠오르기 전 이 개념을 대중에게 가장 널리 각인시킨 것은 미국에서 출간된 한 소설이었다. 2015년 출간된 『유령함대(Ghost Fleet)』는 미국 미래학자 피터 W. 싱어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방산 전문기자 오거스트 콜이 함께 쓴 작품이다. 이 소설은 미래의 미·중 전쟁에서 패배 직전까지 몰린 미국이 무인수상정(USV) 중심의 ‘유령함대’를 만들어 중국에 반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무인수상정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러·우 전쟁에서는 무인수상정이 자폭 공격으로 상륙함을 격침하고 해상 저공비행 중인 헬기까지 격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 속 무기체계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국내에서는 무인수상정 운용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휘통제까지 실증한 시연회가 열렸다. 이번 ‘최신 무기의 세계’에서는 이 장면을 통해 미래 해전의 한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군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검-2의 항해 모습. LIG D&A 제공
해군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검-2의 항해 모습. LIG D&A 제공


3D 프린터로 선체 제작·정찰 자폭 임무 수행

주인공은 LIG D&A의 ‘해검’ 무인수상정 시리즈다. 해검은 기술실증형 해검-1, 해군 정찰용 해검-2, 육군 연안경계용 해검-3, 함정 탑재용 해검-5, 그리고 해검-S까지 모두 5종이 개발됐다.

특히 해검-S는 정찰은 물론 공격과 자폭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국내 무인수상정 가운데 최초로 3D 프린팅 방식으로 선체를 제작해 전시에도 신속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검-3는 기관포와 유도로켓을 탑재해 순찰뿐 아니라 적 고속정 공격도 가능하고, 해검-5는 별도의 함정 개조 없이 기존 함정에서 운용 중인 RIB 보트를 대체해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지난달 27일 부산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열린 시연회에서는 이 해검 무인수상정들이 AI 기반 지휘통제를 받아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날 시연에는 해검-3, 해검-5, 해검-S가 투입됐다. 시나리오는 대함전과 대잠전 두 가지로 진행됐다.

먼저 대함전 상황에서는 적 수상함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상황을 가정해 작전계획 수립부터 경고사격, 격파사격, 해검-S의 충돌 공격에 이르기까지 총 5단계 작전을 수행했다. 대잠전 상황에서는 적 잠수함 침투를 상정하고 소노부이 투하와 예인선배열소나(TASS) 운용을 통한 탐색, 청상어 경어뢰 발사, 모의 격침 확인까지 총 7단계의 지휘통제 과정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지능형 지휘통제(C2) 시스템은 해상·항공·위성 등 다영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해 하나의 고정밀 작전지도를 생성했다. AI는 이 작전지도를 바탕으로 실시간 전술계획을 추천했고, 지휘관은 이를 토대로 더 빠르고 정확한 결심을 내릴 수 있었다.

제작사에 따르면 무인수상정에 AI 기반 지휘통제를 적용할 경우 탐지부터 결심, 교전에 이르는 시간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적은 인력만으로도 24시간 해역 감시가 가능해 NLL 등 우리 해역 수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육군 연안경계용 무인수상정 해검-3의 항해 모습. LIG D&A 제공
육군 연안경계용 무인수상정 해검-3의 항해 모습. LIG D&A 제공


‘K방산 무기’ 이어 ‘K방산 AI’에도 도전해야

제작사에 따르면 이번 시연에 사용된 지휘통제 프로토타입이 불과 4개월 만에 완성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글로벌 표준 아키텍처를 채택해 상호운용성은 높이고 개발 비용은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세계적인 국방 AI 기업 팔란티어와의 협업이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대함전 시나리오에서 적 정보를 분석한 뒤 무인수상정이 수행해야 할 임무와 차단 지점을 자동으로 추천했다. 지도와 함께 표시된 타임라인에는 각 무인함정이 언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제시됐다. 이런 협업체계가 실전에 적용된다면 긴급 출동과 순간적인 교전 결심이 요구되는 NLL 등 해상 경계선에서 훨씬 빠르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2024년 8월과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팔란티어의 AI 솔루션과 LIG D&A의 무기체계를 연동해 중동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시연회는 팔란티어의 AI와 LIG D&A의 무기체계가 실제로 연동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번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방 분야의 특성상 충분한 데이터 확보와 독자적인 AI 솔루션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국방 소버린 AI(Sovereign AI) 역량을 확보해 외국 업체에 대한 기술 의존을 줄이고, 우리 군에 최적화된 지휘통제체계를 자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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