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노인도, 동안이 경쟁력... 변신보다 유지 보수, 백세시대 피부 공식

입력 2026. 06. 10   16:36
업데이트 2026. 06.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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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스킨테넌스(skin-tenance)…일상화된 미용의료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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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제모 진짜 추천해. 내가 주변 친구들한테 하도 추천해서 친구들 몇 명도 하러 다녀.” 요즘 남성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레이저 제모는 남성들의 수염 제모를 지칭하는 것으로, SNS에는 ‘레이저 제모 ○회차 후기’ 같은 영상과 글이 넘쳐난다. 레이저 제모가 새롭게 등장한 시술이 아닌데도 최근 몇 년 사이 남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피부과를 방문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 제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직장 동료들이 퇴근 후 술자리 회식 대신 함께 보톡스 시술을 받으러 가는 ‘보톡스 파티’가 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용의료가 일상의 장면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용의료 서비스의 인기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미용의료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미용의료는 주로 여성들의 관심사였고, 모처럼 마음먹고 방문해 일종의 ‘변신’을 꾀하는 비일상적 소비였다. 그러나 소비층이 확대된 지금의 미용의료 소비층이 명확한 변화를 만드는 성형보다는 비침습적인 시술을 중심으로 한다. 일부 소비자에게서 “헤어숍보다 자주 간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일상적 소비로 변화 중이기도 하다. 문턱이 높았던 미용의료 서비스(특히 피부과 분야)가 일상적 소비로 편입되면서 ‘변화’가 아닌 ‘유지관리’ 중심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일컬어 ‘스킨테넌스(Skin+Maintenance)’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스킨테넌스 트렌드의 첫 번째 특징은 연령대의 확장이다. 연령대별 목적은 조금씩 달랐지만 과거 미용의료의 주 소비층은 20~50대의 여성이었다. 반면 최근 몇 년 사이 60대 이상은 물론 10대부터 피부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10대의 변화가 눈에 띈다. 여드름 치료를 위해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던 것에서 지금은 ‘강남언니’와 같은 미용의료 플랫폼을 통해 직접 시술에 대해 알아보고 찾는 식으로 변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으로 미용의료 플랫폼 설치자 중 10대 숫자가 전년 동기 대비 57.4% 증가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높은 신장률이다.

서울종로구북촌한옥마을의한스킨케어브랜드매장에서직원이방문객에게제품을설명하고있다. 연합뉴스
서울종로구북촌한옥마을의한스킨케어브랜드매장에서직원이방문객에게제품을설명하고있다. 연합뉴스


남성 소비자의 확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과거에는 영업직 등 외모관리가 중요한 직군에서만 남성들이 미용의료 서비스를 찾았지만 이제 ‘피부과 대기실에 10명 중 3명은 남성’이라 말할 만큼 일반 남성 수요가 커졌다. 오픈서베이에서 전국 만 20~59세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가 피부미용 관련 시술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69%는 향후 시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1년 내 경험한 시술의 종류로는 서두에 소개한 제모레이저, 흉터·색소 치료와 같은 피부레이저, 보톡스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스킨테넌스 시대를 맞아 시술의 지향점도 달라졌다. 최근 화장품과 미용의료를 아울러 뷰티업계의 화두는 ‘슬로 에이징’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얼굴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대신 자연스러움을 지키면서도 일찍부터 노화를 ‘관리’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미용의료 플랫폼 바비톡은 올해 1분기 동안 이용자의 검색 비중에서 리프팅 시술이 27%를 차지해 필러와 보톡스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필러는 얼굴에 일종의 보형물을 주입해 형태를 변화시키는 대표적 시술이다. 같은 맥락에서 근래에는 극적인 변화보다 피부 컨디션 개선에 초점이 있는 스킨부스터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이러한 시술의 특징은 한 번에 영구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한 번 시장에 진입하면 재이용 소비자로 자리잡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미용의료의 일상화는 구매행동으로 드러난다. 예전에는 병원을 방문하고 상담을 거쳐야 가능한 시술 종류와 가격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앱에서 원하는 시술명을 검색하면 병원별 가격과 할인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고, 앱을 통해 번거로운 절차 없이 구매 후 신속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시술 성격에 따른 차이는 존재하지만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이러한 스킨테넌스 트렌드는 반짝 하는 인기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 첫 번째로 외모관리가 곧 자기관리며, 개인의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흐름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시대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모가 중요해진다. 더욱이 장수(longevity) 시대를 맞이하면서 외모를 예쁘고 멋있게 만드는 것보다 노화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프리주비네이션(pre-juvenation·노화예방)’이라는 키워드로 나타난다.

트렌드의 두 번째 배경은 미용의료 병원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플랫폼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시술의 원리나 기기·성분에 대한 전문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가격·의사·병원·시술 결과에 대한 정보 또한 손안에서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또한 제품이 다양해지고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담없이 입문할 수 있는 가격대 시술이 많아졌다.

향후 미용의료, 특히 피부관리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 유입되는 신규 소비자가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관리를 시작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용의료에서 ‘의료’보다는 ‘미용’ 성격이 커지면서 헤어숍·네일숍·PT처럼 일상적인 품위유지 소비의 성격이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미용의료의 트렌드가 화장품이나 건강관리와 같은 자기관리 트렌드와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미용의료 서비스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서비스 수준에서 기대했던 맞춤형 진단 및 관리가 머지않아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반화될 수 있다. 소비자 또한 소비경험이 축적될수록 자신에게 맞는 것은 무엇인지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요구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트렌드를 접하며 개인 차원에서는 현상을 당위로 생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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