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왜 정비하는가?

입력 2026. 06. 08   15:47
업데이트 2026. 06. 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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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천무 등 K방산은 대한민국이 이뤄 낸 자랑스러운 성과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무기일지라도 제때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장에서 의미를 잃는다. 무기를 전투력으로 완성하는 것은 ‘정비’다. 전쟁은 ‘작동하는 장비’를 가진 쪽이 이긴다. 

포병의 대표 전력인 K9 자주포는 기동, 화력, 생존성을 모두 갖춘 체계이나 장비의 진정한 가치는 제원표에 적힌 수치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완벽히 작동하는 ‘가동률’로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점검하고 기록하며 정비에 매진한다. 이런 점검은 반드시 질문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왜’ 이 정비를 반복하고 있는가?”

점검표의 빈칸을 채우기 위한 정비라면 그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왜 이 볼트를 다시 조여야 하는지, 유압계통의 수치를 재확인해야 하는지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전장의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변화하는 환경은 장비의 약점을 다르게 드러낸다. 정비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전투 준비가 되려면 절차 속에 숨어 있는 ‘왜’를 이해하고 몸에 익히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장비의 작은 이상신호를 ‘증상’이 아니라 ‘원인’으로 읽는 눈이 필요하다.

미 공군엔 비행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을 사전에 발견하거나 안전절차 개선으로 사고 예방에 기여한 인원에게 수여되는 ‘웰던상’이 있다. 미 공군 웰던 대령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 상은 항공안전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상으로, 정비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수천억 원의 자산과 조종사의 생명을 구한 이 상의 주인공들은 대단한 기술혁신을 이룬 사람이 아니다. 엔진 내부의 미세한 균열, 수만 개의 부품 중 단 하나의 풀림 볼트를 육안으로 찾아낸 정비요원들이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결함을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태도에 가깝다. 정비가 곧 전우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투철한 책임감에서 비롯한 집요한 확인이다.

포병 전력 역시 마찬가지다. 정비는 단순히 기계를 만지는 일이 아니라 혹시 모를 0.1%의 불안요소를 제거해 전장에서의 승리를 약속하는 일이다. 오늘 확인한 유압수치 하나, 무심코 지나칠 뻔한 이물질 하나가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전투에서 ‘정상 작동’은 당연한 전제가 아니라 매일의 확인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이며, 완벽한 정비는 ‘왜’ 정비해야 하는지 알아야 완성될 수 있다.

점검표에 적힌 항목만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체크’는 하지만 ‘확신’은 하지 못한다. 반대로 점검표에 없는 부분까지 살피고, 작은 이상신호를 놓치지 않는 힘은 “왜?”라는 질문에서 나온다. 절차를 지키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절차의 이유를 이해하고 반복할 때 비로소 전투준비태세는 완성된다.

조성현 전문군무경력관 나군 육군포병학교
조성현 전문군무경력관 나군 육군포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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