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은 잊을 수 있지만, 공동저작자를 지울 수 있을까

입력 2026. 06. 05   14:09
업데이트 2026. 06. 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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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최근 방영된 한 드라마에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남자가 오랜 시간 연인과 함께 시나리오를 써 왔다. 영화계에서 일하던 여자 역시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를 보태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기꺼이 남자의 작업을 도왔다.

남자와 여자는 헤어졌지만, 남자는 그 시나리오를 공모전에 응모하고 마침내 시나리오가 당선돼 감독 데뷔를 앞두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남자는 고민에 빠진다. 헤어진 연인의 이름을 시나리오 저작자 명단에서 빼고 싶었던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찾아가 저작자에 이름을 넣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여자는 자신 역시 시나리오 창작에 참여했다며 저작자로서 권리를 주장한다. 뒤돌아서는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분쟁은 꽤나 많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둘러싼 친자매 간 저작권 분쟁이 화제가 됐다. 동생은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였고, 언니는 동생의 요청을 받아 책의 일부 원고를 작성했다. 이후 동생은 단독 저자로 책을 출간했는데, 언니는 자신이 작성한 원고가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됐다며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언니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동생이 제공한 경험과 소재만으로는 저작자가 될 수 없고, 실제 문장과 표현을 창작한 사람은 언니라고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해당 내용이 포함된 책의 판매와 배포를 금지하도록 결정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규정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소재를 제안한 사람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문장과 대사, 구성과 전개 등 창작적 표현을 함께 작성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 사람 이상이 공동창작해 각자의 기여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는 경우 그 저작물은 공동저작물이 된다. 영화 시나리오를 같이 작성한 연인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공동저작물의 저작권은 공동저작자 모두에게 귀속된다. 한 사람이 다른 공동저작자의 동의 없이 자신만의 작품인 것처럼 공표하거나 상대방의 이름을 삭제한 채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된다.

저작자는 자신의 이름을 표시할 권리인 성명표시권을 가진다. 공동저작자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작품을 공표했다면 성명표시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또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공동저작자가 그 기여한 정도에 따라 공유하므로 공동저작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공동저작자의 동의 없이 이를 처분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저작재산권 침해가 돼 손해배상 청구나 침해행위 금지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안별로는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다.

이러한 공동저작권 분쟁이 특히 안타까운 이유는 대부분 연인, 부부, 형제자매, 친구, 동업자처럼 서로를 신뢰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처음 같이 작품을 만들 때는 계약서도 없고 권리관계도 따지지 않는다. 서로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이 성공하고 명예와 수익이 따라오면 그 믿음이 시험대에 오른다. 그 순간 제일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치열한 법적 분쟁의 상대방이 되기도 한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그보다 앞서 창작과정에서 누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정직하게 인정하라는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작품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돈과 명예는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창작을 함께했던 사람의 신뢰와 애정을 잃는다면 그것은 법원의 판결만으로는 되돌리기 어려운 손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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