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현충일 특집
국유단·미 DPAA, 공동감식 현장을 가다
한미 전문가 10여 명, 최종 정밀감식
강원 양구·홍천, 세종서 발굴·수습
6·25전쟁 참전 미군 추정 유해 3구
뼛조각 하나 두고 수차례 의견 나누고
전쟁이 남긴 마지막 과제 해결 땀흘려
70여 년 전 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스러진 젊은 장병들의 흔적은 여전히 이 땅의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매년 공동감식을 해 발굴된 국군·미군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 국유단에서 진행된 한미 공동감식 현장을 찾았다.
글=박성준/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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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유단 신원확인센터. 흰색 가운을 입은 한국과 미국의 감식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유해를 살펴보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선반에는 수십 년 동안 흙 속에 묻혀 있던 뼛조각과 치아, 유품 일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70여 년 전 낯선 땅에서 산화한 젊은이의 흔적이 두 나라 전문가의 손끝에서 다시 역사의 이름을 찾아가고 있었다.
확대경을 들여다보던 DPAA 관계자는 특정 골격 부위를 가리키며 설명했고, 국유단 감식관들은 발굴경위와 전투기록을 대조하며 확인 작업을 이어 갔다. 말소리가 거의 없는 감식실에는 형광등 불빛만 조용히 내려앉았다. 이날은 ‘2026년 1차 한미 공동감식’ 첫날이었다. 국유단과 DPAA는 이틀간 국내에서 발굴된 미군 추정 유해 3구의 최종 정밀감식을 했다.
공동감식은 국유단 창설 이후 연 2~4회 정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발굴된 미군 추정 유해는 국유단 신원확인센터에서 감식하고, DPAA가 보관 중인 국군 추정 유해는 미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 내 감식소에서 교차감식하는 방식이다. 이번 감식에는 이규상 국유단 감식과장, 존 버드 DPAA 중앙감식소장, 제니 진(한국명 진주현) 특별프로젝트 매니저 등 양국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했다.
감식 대상은 모두 3구다. 첫 번째 유해는 2010년 강원 양구군 동면 월운리에서 발굴됐다. 국유단은 해당 유해가 ‘피의 능선 전투’ 당시 전사한 미 2보병사단 소속 장병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 능선 전투는 6·25전쟁 때 가장 치열했던 고지전 중 하나로 전투과정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두 번째 유해는 2012년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당시 충남 연기군)에서 발견됐다. 1950년 7월 ‘전의-조치원-대평리-대전전투’에 투입된 미 24보병사단 21연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 번째 유해는 2021년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서 발굴됐다. 국유단은 1951년 5월 ‘홍천 북방 전투’에 참전한 미 2보병사단 소속 장병의 유해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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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식과정에서는 골격 형태, 발굴지점, 전투기록,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자료가 종합적으로 검토됐다. 전문가들은 작은 뼛조각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차례 자료를 대조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법과학적 분석 결과 세 유해 모두 유럽계로 판단됐으며, 한미 양국은 정밀검증 절차를 거쳐 이번 송환 대상에 포함했다.
국유단과 DPAA의 협력은 단순한 유해 인도를 넘어선다. 6·25전쟁 당시 미수습 전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가족에게 마지막 소식을 전하는 인도주의 사업이자 양국 군사동맹의 상징적 협력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국유단이 지금까지 수습한 유엔군 유해는 34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구는 미군으로 판정돼 미국에 인도됐으며, DPAA의 추가 분석을 거쳐 현재까지 1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영국군으로 확인된 3구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반대로 미국 측이 보관 중인 국군 추정 유해도 지속해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DPAA는 북한이 발굴해 미국에 넘긴 ‘K208’, 미국이 한국에서 단독 발굴한 ‘ROK’, 2018년 북한이 송환한 ‘K55’ 유해 등의 신원확인 작업을 하며 국군 전사자 유해를 한국에 인도하고 있다.
국유단은 2000년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해 지난 5월 말 기준 총 1만3467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이 가운데 국군 유해는 1만1488구, 유전자 분석 등으로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275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가 12만1948명에 달한다. 이에 신원확인의 열쇠가 되는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유단은 현재까지 12만3248개의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확보하며 신원확인을 지속하고 있다. 전사자 한 명에 대해 자녀, 손자, 조카 등 여러 혈육의 시료를 채취할 수 있어 전사자 기준으로 환산하면 7만7499명에 해당한다.
감식실 한쪽에 놓인 이름 없는 유해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미 전문가들의 손끝에서 이뤄지는 정밀감식은 단순한 과학수사가 아닌 전쟁이 남긴 마지막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김성환(육군중령) 국유단장 직무대리는 “이번 감식 대상은 양 기관이 수년간 정밀검증을 거쳐 선별한 미군 추정 유해”라며 “최종 확인 절차를 통해 먼 타국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미군 장병들이 고국으로 명예롭게 귀환할 수 있도록 모든 예우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존 버드 DPAA 중앙감식소장도 “미수습 미군 전사자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인도하는 것은 우리의 숭고한 사명”이라며 “국유단과의 공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군 유해 역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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