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군 도약은 지역전문가 양성으로부터

입력 2026. 06. 01   15:07
업데이트 2026. 06. 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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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거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던 때 고려의 외교관 서희는 전쟁 대신 담판에 나섰다. 그는 거란 사신과의 협상을 통해 고려가 고구려의 계승 국가임을 논리적으로 설파하고, 전략적 외교를 수행해 결국 강동 6주를 확보했다. 이는 무력 충돌 없이 외교와 설득만으로 영토를 넓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역사적 사건은 국가 안보를 지키는 힘이 단지 군사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교전략과 언어, 그리고 상대 국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합했을 때 강력히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 안보 환경 역시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첨단 무기체계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이른바 ‘K방산’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전차, 자주포, 전투기 등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며 국방 협력의 지평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연합훈련과 군사외교 역시 활발해지고 있으며, 우방국과 공동회의, 국제평화유지활동, 군사기술 협력, 인적 교류 등이 전방위로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국방의 활동 무대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발전이 인적 토대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지평은 사상누각처럼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확대된 국방 협력의 위상에 비해 이를 전담할 군사외교 전문 인력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뛰어난 어학 능력과 현지 식견을 바탕으로 정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군사 정보를 적시에 확보해 제공할 수 있는 지역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군내 외국어 교육은 장병 대상의 단기 집중교육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역전문가 육성 시스템은 특정 외국 지역에 대한 역사·문화·정치·군사 분야의 전문지식 습득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어야 하나 간부 양성 및 보수 교육과정에 깊이 정착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렵게 양성된 지역전문가들이 지속해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보직 및 경력 관리 제도 역시 보완될 점이 많다.

이제는 글로벌 국방교류협력을 견인할 지역전문가 양성과 관리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단순한 언어 소통을 넘어, 해당 지역의 학제적 전문지식까지 체화한 인재를 중장기 관점에서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이 역량을 연속성 있게 발휘하도록 전문직위 경력 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히 갖춰야 한다.

때로는 유능한 지역전문가 한 명이 국가 간 안보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며 우리 군의 전략적 외연을 크게 넓힐 수 있다. 외국어 구사능력과 지역학적 전문지식을 겸비하고 다년간의 국내외 경험으로 무장한 지역전문가는 단순한 통역 요원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 안보 지형 속에서 외국어 구사능력과 지역학적 소양을 겸비한 군사외교 지역전문가의 중요성은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 과거 서희가 외교와 언어, 그리고 상대국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 이익을 지켜냈듯이, 오늘날의 군인에게도 이러한 통섭적 역량은 필수적이다. 총성 없는 전장 군사외교의 최일선에서 국방 협력과 방산 수출을 주도할 지역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관리하는 일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강군으로 도약하고 국방력을 강화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강호 대령(진) 육군사관학교 외국어학과 교수
이강호 대령(진) 육군사관학교 외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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