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잇는 임무, 세대를 잇는 책임

입력 2026. 05. 22   17:10
업데이트 2026. 05. 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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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은 언제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멈추면 지휘통제도 함께 멈춘다. 현재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음향·영상(AV·Audio Video) 지원, 무선, 합동 취급 통신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지휘통제실의 영상회의와 AV 환경을 포함해 지휘관의 지휘통제가 지연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기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 임무를 담당하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사람이 있다. 같은 직책에서 근무하신 아버지다. 그 시절 정보통신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유선회선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확인하고 케이블 단선 하나에도 밤을 새우던 시절이었다.

정보통신기술은 분명 달라졌다. 유선 중심의 통신에서 이제는 네트워크 기반의 지휘통제체계, 실시간 상황 공유가 당연한 환경이 됐다. 더 이상 선로를 직접 잇지는 않지만, 지휘관의 결심이 끊기지 않도록 연결의 신뢰성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정보통신은 언제나 먼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위기상황에서 정보통신은 ‘작동하면 다행인 장비’가 아니라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조건’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정보통신병과의 본질은 여전히 같다.

아버지 세대가 강조하던 정보통신의 가치는 지금과 변함이 없다. 눈에 띄지 않아도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 기술이 많이 바뀐 지금, 그 원칙을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고 있다. 체계가 고도화할수록 기본에 대한 숙지와 책임 있는 운용은 정보통신 장교에게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된다.

우리 가족은 ‘병역명문가’에 선발됐다. 그 이름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각자 시대에서 맡은 임무를 성실히 임해 왔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유선통신 시대에서, 나는 네트워크 지휘통제환경에서 각기 다른 기술로 같은 목표를 향해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기술과 환경은 달라졌지만, 임무를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장비의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그 체계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다. 정보통신은 그 책임감을 가장 먼저 요구하는 병과다.

이제 아버지가 지나온 자리를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각오로 걷고 있다. 선을 잇던 임무에서 지휘와 결심을 잇는 임무로, 세대는 바뀌었지만 정보통신병과 장교로서의 책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우석 육군소령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이우석 육군소령 국군지휘통신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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