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회의는 대개 “질의 있습니까?”라는 말로 끝난다. 그러나 정작 그 순간 회의장은 조용해진다. 손을 들거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언뜻 보면 질서 있고 깔끔한 조직처럼 보이지만, 침묵이 때로는 조직의 건강함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의 신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대장으로서 부대를 지휘하며 여러 차례 같은 장면을 경험했다. 처음엔 구성원들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질문이 생겼다. 정말 공감해 침묵하는 걸까. 틀릴까 두렵고, 분위기를 거스를까 망설여 말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최근 조직 운영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개념 중 하나가 ‘심리적 안전감’이다. 이는 단순히 편안한 분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비난이나 불이익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질문하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말해도 괜찮다”는 신뢰가 조직 안에 존재하는가의 문제다.
군 조직은 본질적으로 계급과 명령체계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는 전시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 필요한 구조다. 신속한 결심과 통일된 행동은 군의 강점이며, 전투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상시의 토의와 의사결정까지 오직 일방향으로만 이뤄진다면 현장의 다양한 시각은 사라지고 조직은 점차 경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사고와 실패는 ‘몰라서’라기보다 ‘말하지 못해’ 발생한다. 현장은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전달하지 못했고, 구성원의 위험을 느꼈지만 침묵했다. 결국 침묵은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전투력과 연결된다고 믿는다. 자유롭게 질문하는 조직은 문제를 빨리 발견하고, 의견을 나누는 조직은 더 나은 대안을 만든다.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문화는 구성원의 책임감과 참여를 높이고, 이는 조직의 안정성과 임무 수행력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려 노력 중이다. 회의 때는 계급보다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을 듣고, 다른 의견이 나오더라도 인정하고 그 이유를 듣는다. 때로는 지휘관으로서 부족함과 판단의 한계를 인정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구성원들이 ‘이곳에서는 말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변화의 시작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리더의 태도와 언어에서 출발한다. 부하들이 주저 없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조직, 질문이 침묵보다 자연스러운 조직. 그런 조직이 결국 강한 조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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